나는 당원이다


염신규(문화활동가)


  나에게 진보정당이란 존재는, 20대 초반 가슴에 품었던 여러 가지 꿈 중 하나였었다. 정치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고, 사실 정치적 변화에 다소 둔감한 편이기도 했지만 이미 권력을 나눠갖고 있는 자들의 식상한 이전투구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타자화된 정치가 아닌 각자 자유로운 한명 한명이 정치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진정한 노동자의 정당을 절실히 열망했다. 그래서 이제는 세월의 저편으로 흘러가 버린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졌을 때 정당의 불투명한 미래와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심장 떨림을 느꼈다.

  그러나 많은 청춘 시절의 꿈이 그렇듯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진보정당에 대한 관심과 열망 역시 일상의 숱한 과제들(주로 먹고 사는 문제들!) 뒤편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이어지며 벌어진 반복과 타성의 시간들은 당과 진보정치에 대한 관심을 더욱 흐려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을 완전히 떠나지 못했던 것은 여전히 가슴 속 깊이 조그맣게나마 남아있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열성적인 활동을 하는 당원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뜬금없이 지역당 술자리에만 등장하는 유령당원이지만 당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스무 살 시절의 스스로가 했던 어떤 약속과 다짐을 접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 볼런지도 모른다. 진보정당이 진보신당 뿐이냐고, 왜 하필 진보신당이어야 하냐고 말이다. 사실, 그렇긴 하다. 입장에 따라 진보적 정당을 구분하는 기준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진보정당의 틀에 비교적 가장 가까운 당은 진보신당이다. 물론 일백프로 일치하지 않으며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최소한 현재 존재하는 정당 중에는 그렇다. 다소 편견어린 시선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난 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만으로 ‘무조건 뭉치자!’고 얘기하는 선거용 정당에 함께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정당정치의 가장 큰 목적이 선거 승리이고 이를 위한 정치적 협상과 고려는 필요한 것이지만 그 역시도 분명한 원칙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상도 할 수 있고 선거연합도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진보정치의 가치를 풍성하게 키워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저변이다. 진보정치를 떠받들 수 있는 진보적 시민과 그들의 진보적 일상문화를 길러내는 것은 4년에 한번 있는 선거에서의 단판 승부 못지않게 중요하며 어렵다. 어떻게 보면 고되고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 일상의 진보적 자치의 저변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런 긴 호흡의 ‘정치’를 더불어 함께 가장 잘 할 수 있는 정당은 진보신당이라고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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