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9월 4일) 저녁, 대전역에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노동당 대전시당이 故 조성배 동지의 1주기 추모식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전시당 정은희 당원님이 낭독하신 추도사를 R-Zine에 옮깁니다. 고인을 기억하며, 동지의 꿈과 뜻을 되새깁니다.



故 조성배동지는 20대 때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은 뒤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며 장애인운동을 시작했다.
고인은 지난 2006년 12월 대전지역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제도화를 위한 간담회를 직접 제안하면서 진보 장애인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고인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전장차연 집행위원장, 2013년부터는 대표를 맡아 장애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2007년 개소한 대전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 교장을 맡아 지역 장애성인의 교육권 확보에 헌신해왔으며, 2013년 노동당 대전시당 공동위원장을 맡아 진보정당 활동에도 힘써왔다.

고인은 지난해 9월 3일 호흡곤란 증세로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5일 낮 12시 20분께 향년 43세의 나이로 숨졌다.





직책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저는 그냥 형 이라고 불렀습니다. 형과 평소에 대화하듯이 편지를 썼습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을 형에게…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형이 있는 그곳은 장애도, 차별도 없는 곳인지...
달리기도 하고, 야구도하고, 태권도도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운동, 실컷 하고 있는지... 
그렇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는데... 
군대이야기를 자꾸 하는 형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군대생활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운동을 잘 해서 포상휴가를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아 후배들에게 휴가를 나누어주었다던 행복한 형의 군대 이야기는 나도 외울 정도가 되었는데... 
군대 이야기 하는 형을 보며 내가 자유로이 움직이는 것도 참 미안했었어요...

형이 가버리고 나서, 나도, 우리도 많이 힘들고 희망이 있기는 한 것인지, 한동안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어요. 
형이 없는 대전의 장애인 운동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남아 있는 동지들이 할 수는 있는 건지... 
참 암담했어.
그런데 오늘, 형과 여러사람들이 머리를 모아서 만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개정안을 의회에서 조례개정하는 정책토론회를 했어요. 한울야학의 명랑간사 가현이가 형을 대신해서 그 자리에 섰어. 
형이 있었으면 참 좋아했을텐데... 
모두 형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어요.

형이 가기 며칠 전부터, “내가 잘 살아 왔을까? 내 노력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는 할까?”하며 몇 번씩이나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죠.. 부쩍 그런 질문을 자주 하는 형한테 짜증을 냈었는데.. 참 많이 미안해요 “형 잘 살아왔고 형의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잊지 못하고 있어요.
활동보조서비스확대하라고 단식농성 14일을 하며 활동보조서비스확대의 성과를 내고, 장애인야학을 만들고, 대전에 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만들어 대전 장애인운동의 불씨를 지펴낸 형을 우리 기억하고 있어요...
형을 처음 만난 것이 2007년 봄이었죠. 그때만해도 한손으로 휄채어의 바퀴를 돌리며 계단을 오르내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깥 출입조차 힘들어하는 형을 보며 참 많이 속상했어요.
동지들과 술 한 잔, 식사 한번을 하고 싶어도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동지들과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었죠. 
그러면서 외로움에 더 힘들어했었던 형. 그걸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함께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많이 돼. 그 외로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맘 한 켠이 미안함으로 가득해.. 참 많이 미안해.

작년 6월에는 장애인인권강사를 양성할 계획으로 3박4일동안 진행하는 세미나도 수료하고, 인권교육강의도 나가고 의욕적으로 이후 장애인운동 계획을 세우는 걸 보면서 참 좋았었는데... 
형이 의욕을 가지면 동지들도 의욕이 생기고 형이 가라앉으면 동지들도 가라앉고 있었다는 걸 형은 알고 있었는지 몰라. 
생각나요? 8월에는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농성을 하는 광화문에도 다녀왔잖아. 오는 길에 대한문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분향소에 들려 영정에 인사도 함께 드리고 왔는데...
그런 형이 며칠 후, 숨을 쉬지 않는 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면서도, 119에 형을 태워 병원에 가면서도, 가망없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도, 아니, 형의 장례를 치르고도 난 믿을 수가 없었어.
거기 가서도 혼자 있을 거면서 왜 그리 서둘러 갔는지 난 아직도 이해가 안되네.
우리 두고 가서 행복한가?
우린 아직도 형이 그리워 미칠 것 같은데...
형이 그리 좋아하는 노동당, 형이 그리 좋아하고 아끼는 김윤기위원장도, 형이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 다 모였는데...
밖에서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게 힘은 들었지만, 나는 조성배가 자랑스러웠고, 조성배가 우리 동지들의 자랑이었는데... 알고는 있었나?
형이 얼마나 동지들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본인은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작년 봄에는 형 컨디션도 꽤 괜찮아졌었는데... 그래서 나보고 “형은 요즘 살만한데 은희 너는 왜이렇게 힘들어하니. 너 힘든 거 보면 속상하다” 그렇게 말 해 준 게 나한테 큰 위로가 됐었는데...

주말이면 심심하다고 애들 데리고 놀러오라고 하던 형이 없으니 이제 주말에 내가 심심하네. 나 이제 주말에 바쁘지 않은데... 주말에 놀라오라는 형이 우리 곁에 없네.
난, 군대이야기, 운동이야기가 제일 재미없지만 군대 이야기, 야구 이야기 다 들을 수 있는데, 그런데.. 형은 이제 우리 곁에 없네...
제 작년인가 친구가 해삼, 멍게를 보내주었다며 동지들을 불러서 실컷 먹이고 우리 먹는 것을 보면서 흐믓해 하던 형이 이제 우리곁에 없네...
작년 7월. 영화관에 한번가보고 싶다고 설국열차 보러 극장에 가자고 했던 형은 이제 우리 곁에 없네... 
술만 먹으면 뭐가 그렇게 힘드냐며 형이 다 해결해 줄게 라고 말해주던 형이 이제 우리 곁에 없네...

동지들을 남겨놓고 혼자 가버린 형이 밉지만, 그래도 형 생각하며 잊지 않고 살아갈게.
형이 꿈꾸던 장애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형 몫까지 노력할게.
우리 만날 때 까지 좋아하는 운동 열심히 하면서 좀 쉬고 있어요

형이 있는 그 곳에서 우리들을 지켜줘요.
다시 만날 때까지 그럼 안녕


2014년 9월 4일 
형이 그리운 은희 드림


[ 정은희 (노동당 대전시당 당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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