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 이야기는 아니다. 그 영화의 배경과 관련되는 이야기다. 200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이랜드 투쟁, 나는 반드시 승리(해야)할 싸움이라 확신하고 나름 열심히 연대투쟁에 결합했다. 지금보다 7년쯤 더 젊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경찰이 매장 입구를 봉쇄하여 연대단위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jpg

경찰이 매장 입구를 봉쇄하여 연대단위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유 없는 감금, 강제연행


2007년 7월 13일, 초복 전날이었다. 매장 점거투쟁 중인 조합원들에게 대접할 삼계탕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초복 전날임을 기억한다.
조합원들과 연대를 위해 매장에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되었다. 매장 앞에서 연대단위들이 집회를 했다. 집회가 끝나고 해산한 상태에서 매장 앞 주차장에 개별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저녁 7시경, 갑자기 경찰이 주차장 일대를 포위했다. 이유는 없었다. 포위를 풀라고 항의했으나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상 감금 상태가 여러 시간 지속되었다.
밤 10시 55분경, 경찰이 해산명령 방송을 했다.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개별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을 포위하여 장시간 감금하고는 해산하라고 명령하다니, 황당한 상황이었다. 나갈 테니 포위를 풀어달라고 거듭 요구했으나 감금 상태는 계속되었다. 
자정을 넘겨 0시 10분경,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방송이 나오더니 전원 강제 연행하여 경찰 버스에 태웠다.


우리가 끌려간 곳은 수서경찰서였다. 심야에 조사를 받았는데, 우리는 부당한 감금과 연행에 항의하여 묵비권을 행사했다. 날이 밝고서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가 올 때까지 일체 진술을 거부했다.
48시간이 경과한 후 불구속 입건으로 석방되었다. 이랜드 투쟁에서 최초로 발생한 연행 사건이었다. 또한 그로부터 7년에 걸쳐 제일 마지막까지 진행된 법정투쟁의 시작이었다.



경찰이 매장에 진입하여 강제연행을 시작하자 저항하는 조합원들.jpg

경찰이 매장에 진입하여 강제연행을 시작하자 저항하는 조합원들



약식재판 벌금 50만원, 정식재판 무죄


이듬해인 2008년 봄, 약식재판에서 벌금 50만원이 선고되었다. 경찰서 유치장에 이틀 감금된 기간을 하루 5만원씩 공제하여 실제 납부액은 40만원이다. (그조차도 나에겐 큰돈이지만) 벌금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도저히 승복할 수 없었다. 부당하게 감금된 사건이기 때문에 무죄를 입증하고 공권력의 무분별한 횡포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만일 끝내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몸으로 때울 각오였다. (실제 납부액 40만원이면 노역장 유치 8일) 그래서 피고인 6명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민석 변호사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변론에 나섰다.


2008년 1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경찰이 포위한 상태에서 해산명령을 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비로소 법정투쟁에서 승리한 듯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항소심 유죄, 대법원 상고


검찰이 항소하여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미신고 야간 불법 집회·시위’ 혐의를 추가하여 공소장을 변경했다. 무죄 판결에 방심하여 이민석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았는데, 법률 지식이 없는 우리로서는 공소장 변경 의미를 알지 못하여 안일하게 대처했다.
2009년 6월 12일, 항소심에서 야간 집회·시위를 적용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우리는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항소심 판결에 분노한 이민석 변호사가 다시 선임계를 냈다.


재판부 기피신청, 헌법소원, 파기환송


그러던 중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담당 재판부에 신영철 대법관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그는 촛불 시위 재판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최초의 대법관이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그 결과는 기묘했다. 대법원에서 기피신청을 다루기 전에 재배당에 의하여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부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기피신청은 효력을 상실하여 각하되었다. 어쨌거나 목적은 이룬 것이다.


상고와 함께 헌법소원도 냈다. 집시법 야간 집회·시위 부분에 대해 위헙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것이다.
그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야간 집회 부분에 대해 2009년 9월 24일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다. 야간 시위 부분에 대해서는 2014년 3월 27일 위헌결정을 했다. 이로써 유죄 판결의 이유 대부분이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다만 자정 이후의 시위 금지는 여전히 유효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자정 이후에 시위에 참가한 사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마침내 무죄 확정


2014년 10월 20일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렸다. 쟁점은 오직 하나였다. 그날 자정부터 연행되기까지 10분 정도의 시간에 시위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포위 감금된 상태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사도 증거가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재판할 일이 없었다. 첫날 재판에서 구형과 최후변론까지 마치고 선고기일을 잡았다.


마침내 2014년 11월 20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무려 7년이 걸렸다. 이랜드 투쟁과 관련한 모든 사건의 재판이 오래전에 종료되었고 영화 ‘카트’가 상영되는 시점이었다. 이랜드 투쟁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건이면서 마지막 사건이 된 것이다.


약식재판 유죄, 정식재판 무죄, 항소심 유죄, 대법원 상고, 재판부 기피신청, 헌법소원, 파기환송, 무죄 확정에 이르기까지 형사소송법의 온갖 절차들이 등장하는 파란만장한 재판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진실을 인정받는 데 7년이 걸린 것이다.


끝나지 않은 싸움


이 사건은 끝내 우리의 승리로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수많은 싸움이 진행 중이다. 공권력의 무원칙한 횡포는 지금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가리는 과정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이번 판결에 의해 공권력이 각성하기를 바라지만 별로 기대할 수 없음을 누구나 알 것이다. 끈질긴 투쟁 외에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부당한 사법처리에 맞서 싸우는 많은 분들에게 우리의 법정투쟁 결과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경찰 봉쇄로 매장에 고립된 조합원들이 불매운동을 호소하고 있다..jpg

경찰 봉쇄로 매장에 고립된 조합원들이 불매운동을 호소하고 있다.

 





[구형구(노동당 조직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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