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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태일이네' 특강 연다 '새로운 좌파의 출현'

posted Nov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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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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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좌파가 가진 존재의미와 지향에 대해 거침없이 일침을 가하는 박노자 교수(오슬로대)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와 새로운 좌파의 출현”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진다. 박노자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비례후보 6번으로 등록하여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오는 9월 2일 일요일 오후 6시에 마포구 서교동 인디프레소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은 지난 총선이후 진보진영의 혼란과 부침이 난맥상인 가운데 관심을 끈다. 

메모 형태로 강연요지를 보내온 박노자 교수는 좌파의 위기는 19세기 말 - 20세기 초 사민당들의 “주류”에의 포섭으로부터 시작되고, 노동계급이 분산되어 주변화된 노동이 대량화되어도 “주류” 좌파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오늘날 상황에서는 매우 심각해졌다고 분석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희생된 다수의 배제 당한 노동자들에게는, “주류” 좌파는 아무 희망도 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급진 좌파는, 바로 배제당한 노동자들의 아픔과 열망을 반영하여,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혁명적인 전망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며, 새로운 초과이윤의 원천이 되어버린 주변화된 노동(비정규직, 여성, 영세한 서비스업, 청년 노동 등)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이 사회를 본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단, 그렇게 되자면, 주변화된 노동은 급진좌파에 의해서 제대로 정치적으로 조직되어야 하며, 새로운 좌파의 탄생은 이로부터 출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진보의 위기의 핵심적 원인을 노동중심성의 상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라 분석하는 데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은 조금씩 다르게 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 지역노동정치의 혁신,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의 건설 등으로 집약되는 현 시기의 과제를 주변화된 노동, 배제된 노동의 정치적 진출로부터 출발하자는 박노자 교수의 강연은 또 하나의 생각의 지점을 우리 모두에게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20120829144957_8476.jpg ▲ 토론회 웹자보


이번 특강을 마련한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놀이터 태일이네” 건립준비위원회(이하 태일이네(준))는 홍세화 진보신당 상임대표가 제안한 ‘나눔과 연대의 공간-전태일의 집’을 추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준위 대표단에서 준비위원회 설치를 결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태일이네(준)는 이장규 진보신당 전 정책위원장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9~10월 두달간 태일이네에서 진행할 활동들을 시범사업으로 선보이고 건립위원과 회원을 모집하는 활동을 주로 진행한다. 태일이네(준)에서는 9월 2일 박노자 교수 초청 특강을 시작으로 9월 14일 “짠물(눈물)나는 영화 이야기 – 태준식감독(어머니), 김일란·홍지유감독(두개의 문)”, “접시 한번 깨볼까?-김순자, 유명자 등 초청 여성노동자 수다회(시간 미정)”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인문강좌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태일이네(준)가 구상하는 전태일의 집은 한마디로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구현해가고, 만남과 성숙을 이루어가는 공간이다. 이 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언제라도 드나들고 머무는 데 있어 어떤 자격도 요구받지 않는다. ‘태일이네’는 그 자체로 완결되고 닫힌 공간이 아니며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고,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고 대안적 삶과 문화,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과 집단, 단체와 공간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갈 것이다. 

이곳은 자율적 학습의 공간이며, 말하자면 ‘학교’와도 같다. 이곳에서의 교육은 지식의 일방적 전달이 아닌 만남과 성숙을 목표로 하며 자기형성의 자유를 주체적으로 실현해가는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만남과 연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은 새로운 문화를 낳고 만들고 누리는 과정일 것이다. 함께 배우고(독서와 강좌), 함께 놀고(문화와 공연), 함께 먹고(자율적 밥상공동체), 함께 위로하고 도움을 주고받는(상담과 대화) 실천들을 통해 형성되는 대안문화가 모습을 갖추어가는 곳, ‘태일이네’도 그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변하고 성숙해갈 것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과 태풍의 위력 앞에 인간과 자연을 다시 생각해 보는 때이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고, 금지된 것을 상상하는 불온함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첫 걸음부터 시작된다. 많은 분들이 새로운 만남과 연대의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태일이네(준)’ 활동에 주목해 주기 바라며, 시범사업 첫 번째 박노자 교수의 특강에 많은 관심과 참여로 힘을 주시길 바란다. 


<붙임>

'태일이네 건립준비위원회' 홍세화 대표가 초대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다시 부르기 위하여

전태일이 마지막 나날들에 써내려간 일기를 다시 읽는다. 어느 날의 일기에서 그는 탄식한다. “우리에게는 희망함이 너무 적다”고. 희망? 돌아보면 절망할 일로 가득 찼을 스물셋 봉제공장 노동자가 말하는 희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희망이란 것이 내일의 안락한 삶에 대한 갈망이라면 그가 품을 수 있는 꿈의 넓이는 고작 그의 때 묻은 손바닥의 크기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희망이 그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를 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그렇게 그는 인간의 숭고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좀처럼 곁을 돌아보지 않는 각박한 삶을 살면서도 떠올리면 목 메이는 이름 하나를 우리는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아는 이 아름다운 이름을 기억하는 ‘집’을 세우려고 한다. 우리는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를 안다. 이 시대는 자본이 인간에게, 살아갈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자격이 필요하다고 다그치는 시대이다. 네 이웃을 사랑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너 자신만을 돌보라고 몰아세우는 시대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진보’라는 이름마저 권력과 자본을 닮아버리게 된 어처구니없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거슬러 살고자 하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새롭고 힘 있는 진보정당? 혹시는 이보다 더 절실하고 긴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나눔과 연대. 나는 이것이 인간을 모멸하는 자본의 시대에 저항하는 우리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 나눔과 연대를 거리의 투쟁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나는 이것이 지금과는 다른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이름을 붙이지 못한, 그리고 아직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전태일의 집’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배고픈 어린 시다들에게 풀빵을 나눠주기 위해 버스비를 아껴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던 고단한 발걸음을 닮지 않는다면 ‘진보’가 인간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의 저항은 그 저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세상을 닮아야 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 세상을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우리의 삶 속에서 살지 않으면 그 미래는 현재가 되지 않는다.

『전태일 평전』에는 그가 꿈꾸었던, 그러나 생전에 실현해 보지 못한 ‘모법업체’ 이야기가 나온다. 정당한 세금을 물고, 인간을 기계로 취급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만큼의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배움의 나이에 있는 어린 노동자들이 공부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게 하는 기업. 그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서, 중졸의 학력도 안 되는 그는 열심히 그 구상을 구체화해 갔고, 자금을 제공할 사람을 찾고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한쪽 눈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의 치열함, 그의 몸부림을 생각하면 나는 늘 먹먹해지곤 했다. 

그가 꾸던 꿈을 이제 우리가 꾸면 안 되는가? 그 꿈을 이제 ‘태일이네’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여 하나씩 이루어가면 안 되겠는가? 이 글은 초대의 글이 아니다. ‘나’ 홀로 생각해내고 ‘너’를 부르는 글이 아니라, 우리가 한 번씩은 생각해보았을 어떤 꿈을 이제는 실현해보자는 신호인 셈이다. 더는 시작을 미루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 김선아 (진보신당 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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