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의혹'; 조사 결과가 그렇다. 공정위는 지난 3개월간 다른 금리들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고정되어 있는 CD금리를 확실한 물증으로 제시했다. 언론에서는 은행의 자금부서장간담회가 담합의 창구가 되었고, 이 정보는 첫 번째 내부비리를 밝힌 업체에겐 과징금을 매기지 않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제보되었다고 알려졌다.
그 사이 은행과 증권사를 관리 감독해야 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고 불쾌해 하고 있고, 은행들은 이익도 없는 일에 웬 담합이냐며 손사래를 치고, 증권사들은 좋은 일하다 뺨 맞았다며 볼 맨 소리를 하고 있다. 이 이면에는 CD금리에 연동되는 주택대책금리에 한 달 한 달을 근근이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생활이 놓여 있다.
지난 5월 기준 642조원의 가계 대출 중 43%인 278조원이 바로 CD금리에 연동된다. 0.1%만 더 받아도 은행은 연간 2780억 원의 부당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억울한가, 그러면 규제를 받아라
CD금리는 이렇게 정해진다. 고객들의 정기예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예금증서는, 노동자 서민들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만들어지는 금융상품이다. 은행이 발행하고 증권사가 거래한다. 이때 거래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는 증권사들의 호가 즉, 거래하는 장사치들이 부르는 값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이 기준에 자체 금리를 더하고 빼서 은행의 금리들이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 증권사들은 신고 의무가 없는데도 시간을 줄여 보고했더니 나쁜 놈이라 한다며 억울해 한다. 웃긴 일이다. 자기네들은 어차피 증권사에서 내놓은 금리를 그대로 따를 뿐이고, 대출이자뿐만 아니라 은행이 다른 데서 돈을 꿔 올 때도 적용되니 굳이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후안무치다.
노동자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대출금리와 같은 것을 돈을 빌려주는 당사자들에게 맡긴 것은, 그 유명한 ‘시장 자율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기준금리야 한국은행이 발표하지만 이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간의 거래에서나 적용되는 것이고, 그야말로 ‘최저금리’에 불과한 것이지만, 시중은행에서 기준으로 사용하는 CD 금리와 같은 것은 ‘소매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금리다. 이것을 업계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사업자들이 가져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네들이 하기 싫어도 했던 것을 안 하겠다고 말한다. 마치 막대사탕을 먹다가 막대만 남으니까 ‘먹기 싫다’며 뱉어내는 유아의 심리와 닮았다. 이미 시장에서 CD상품 거래가 한 물 간 틈에 발을 빼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은행의 경우에는 증권사와 비교해 ‘갑’의 위치에 선다. 더구나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을 증권화한 것 아닌가. 은행은 그저 증권사의 기준을 따를 뿐이라고? 언제 현대차가 하청기업의 부품생산 계획에 맞춰 완성차 총량을 정하는 것 봤나? 뻔뻔하게도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은행의 모습이다.
이런 구조는 은행이든 증권사든 담합구조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공유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금리의 이중성(피해자와 수혜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특징)과 자의성(이해 관계자가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 때문에 별다른 제재 없이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데 2009년 150조에 달하던 CD 거래가 올해에 14조로 1/10로 줄어들었다. 7월 동안 CD거래는 단 3일 뿐이었다는 보도도 있다(내일신문, 7월 19일자). 거래량이 줄어들면 마진이 줄게 된다. 그래서 거래 자체보다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금리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CD금리에 연동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은행권은 CD금리에 연동하여 대출금리를 잡는다. 스스로 잡은 금리에 맞춰 상품의 수익률을 설정하는 구조가 시장 자율이라는 명복으로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거래의 규모가 줄어들면 상호 이익 구조가 깨진다. 거래량이 작으니 무엇을 기준으로 담합을 해야 하는가? 결국 CD금리 자체가 증권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기준이 되어 버렸고, 은행 역시 지속적으로 신뢰할 만한 근거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금리라는 것이 경기 동향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었던, 그래서 대출 금리를 일종의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꾸역꾸역 이자를 갚아왔던 노동자 서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부실한 주택대출, 또 다시 악어의 힘을 빌리는 정부
앞선 글에서 말했던 것을 되짚어보면, 결론은 하나다. 주택이라는 것은 ‘없어도 그만’인 사치재가 아니다. 의식주라고 부르듯 생존을 위한 필수재다. 그런데 이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데, 그 채권은 마치 상품처럼 거래가 된다.
집 자체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이것이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국가가 집 없는 이에게 집을 공급해줄 수 있는 능력이 안 될 때 이들에게 집을 구해줄 수 있는 방법은 부담 없이 민간시장의 집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유일하다. 적어도 주택보급률 100%의 시대에 10명 중 6명이 집 없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주택대출의 공공성이 주택공급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을 통해 금리만을 조정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은 명확하다. 오히려 주택금융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그간 방치되었던 주택 공급의 국가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은 주택대출의 국가인수를 통한 공공주택 확보, 주거안정화 정책을 지난 총선에서 내놓은 바 있다. 이런 대안을 살펴보기에 앞서, 현재 정부가 주택금융공사를 통해서 발행하고 있는 ‘적격대출’ 제도와 법률화가 논의되고 있는 ‘커버드 본드’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3월부터 일부 은행들과 협약을 통해서 발행하고 있는 적격대출의 구조는 간단하다. 정부가 단기 변동금리로 유지하는 주택대출을 장기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신용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주택금융공사가 정부 돈으로 은행의 대출채권을 사들이고 이것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서 다시 은행에게 장기자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 전환에 따른 리스크는 주택금융공사가 맡게 된다. 출시 3개월 만에 대출판매가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호응이 높다.
그런데, 이 지원방식에서 국민들은 국가의 지원보다 은행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여전히 주택대출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시장주도적 대책이라는 철 지난 이데올로기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커버드 본드는 이미 유렵이나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실주택대출 안정화 방안이다. 이 커버드 본드의 핵심은 단기 부실담보를 장기 안정담보물로 바꿔놓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담보물의 안정성을 높이면 되는데, 그것은 기존의 부실기관이 가지고 있던 채무를 ‘없는 것’으로 만들고 이를 별도의 민간회사가 인수하여 대출을 발생시키면 된다.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기존 담보물의 권리자를 배제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커버드’ 한다.
우리나라에서 커버드 본드를 도입하자는 방안은 특별법 대책까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주택대출의 부실화가 커지면 불가피하게 정부 입장에서는 부실기관을 정리하면서, 이의 부실 채권을 우량 기관에게 넘기고자 할 텐데 이 과정에서 커버드 본드가 도입될 공산이 크다. <한겨레신문>과 같은 진보매체까지도 금융전문가의 말을 빌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현재 주택의 담보구성에서 가장 큰 비중이 무엇일까? 바로 전세금이다. 가계부채가 1000억 원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여기엔 전세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작년 기준으로 아파트 전세보증금 총액만 900조 원이다. 즉, 가계부채 1000억 원을 별도로 해서 집 보유자들이 사적으로 지고 있는 보증금 부채가 900조 원인 것이다.
과연 유럽과 미국처럼 커버드 본드가 도입된다고 하면, 최대 채권자인 전세세입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인수 기관은 전세세입자를 유지하면서 담보를 인수하고자 할까? 그리고 그때 제공되어야 하는 전세보증금은 누가 지불할 것인가?
사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적격대출은 기존 은행권이 가지고 있는 고정금리 주택대출 담보물을 유동화하여 해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상품 리스크를 주택금융공사가 함께 지는 등 이중 부담을 지게 되면, 커버드 본드가 된다. 그리고 조기상환을 허용하지 않아 투자자가 아니라 채무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면 커버드 본드가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기존의 주택유동화 채권이 위험하여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지니까 투자자 유치를 위해 채권 판매 대행자(통상 서류상의 회사)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 당사자(통상 은행)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리고 채무자들이 중간에 상환할 경우 이자수익이 줄어들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상환 수수료를 엄청 높게 설정했다. 돈을 빌리면 무조건 30년 정도는 이자를 내며 빚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제는 주택대출을 국가가 인수하자
사실 주택대출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의 방식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흐르도록 각종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빚과 이자가 끊임없이 확대되는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집 없는 서민들은 집에 저당 잡힌 인생, 은행에 멱살 잡힌 인생을 강요받게 된다.
진보신당이 제안한 주택대출 국가인수제도는 매우 단순하다. 이미 주택금융공사를 통해서 은행 등 정부가 민간금융회사가 지고 있는 금융리스크를 분담하고 있다. 여기서 중간 단계인 민간금융회사를 빼내는 것이다. 적어도 여러 가지 대출 상품 중에서 주택을 매개로 하는 대출, 특히 실거주를 목적으로 발생하는 주택대출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인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 대출을 평균적인 임금 수준을 고려하여 정책금리를 적용한다. 이의 수단은 일차적으로 장기적인 상환구조로 설계되는 장기 저리대출이지만, 다른 수단으로는 집값의 80% 이상이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으로 충당되어 있는 주택 담보물 자체를 인수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주택을 매입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민연금을 활용하거나, 혹은 아예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차적으로는 LTV가 높고 실거주자가 낮은 소득계층인 주택을 우선적으로 인수대상으로 삼는다. 대부분 수도권 주택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실거주 목적이면서 LTV가 높은 주택을 인수대상으로 삼는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0~60%가 되니, 일차적으로는 80% 이상 주택으로 시작해서 5~10%씩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인수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주택대출의 채권을 주택금융공사가 인수하여 저리 장기대출로 강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정부는 전국의 공공임대주택이라는 동일한 형태의 담보물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주택대출자에게는 저리의 이자를 부담시키고, 자금 투자자에게는 전체 공공임대주택으로 구성된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더 이상 노동자 서민들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이자를 빼내어 이윤을 얻어가는 금융사업자에게 저당 잡힌 삶을 살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다소간 국가 재정에 무리가 가더라도, 주택대출로 야기되는 위기가 무주택 노동자 서민에게 일차적으로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예방적 차원에서의 정책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주택대출에 있어 ‘국가의 일’을 고민하자. 시작은 주택대출의 국가인수제도 구상에서부터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