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본 적 없는 사람들이 부르는 저항의 노래
- 강정마을을 다녀와서


이명희 (진보신당 비례대표후보)



비장한 마음으로 탄 제주행 비행기


3월 27일 오후, 작은 힘이나 보태보고자 강정마을을 찾았습니다. 육지에서, TV와 인터넷으로 접한 만큼 강정은 긴박했지만, 긴장과 분노는 어쩌면 일상이 되어있었습니다.


제주도는 해군기지 해상공사 및 발파 공사를 이날부터 15만t급 크루즈 선박 조종 시뮬레이션 결과 검증회의 기간 동안인 4월 12일까지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고, 29일로 예정된 ‘공사정지 행정처분 예고에 따른 청문’ 일정도 오는 4월 12일로 변경하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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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은 또 거리에 앉아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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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고 구럼비 주위를 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택시기사님께 물었습니다. 제주도민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망설이시는 듯 했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전쟁의 전략지가 되는 것인데 다 죽는 거지요 뭐. 제주도민 대부분은 반대합니다 라고 분명히 말하십니다.


마을활동가들과 대책위, 그리고 문정현 신부님은 강정마을에서 제주도청 앞으로 옮겨 노숙투쟁을 하고 계셨습니다. 신부님은 언제나 그랬듯 그 자리에 계셨고 진보신당이 왔구나 하며 손을 꽉 잡아주십니다. 평택에서 함께 투쟁했던 신부님의 손을 여기서 다시 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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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것을 알려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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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이기도 한 김영규 교수님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구럼비는 높다란 공사 펜스 너머에

2007년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평화 운동가들과 마을주민들의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눈물의 호소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높다랗게 쳐진 공사 펜스는 강정해안가를 들여다 볼 수조차 없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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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와 철조망으로 꽁꽁 둘러쳐진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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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너머로 공사를 위한 장비와 구조물이 가득합니다



선거고 나발이고 구럼비를 살려달라는 강정평화지킴이들의 호소에 정신이 번쩍했던 지난 
3 7일의 구럼비 바위 최초 발파를 시작으로 공사는 강행중이고,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제주도의 해상공사 및 발파공사 중지요청도 무시한 채 해군 측은 이날도 구럼비 해안 노출암 발파와 케이슨 투하 등 해상 작업을 계속 진행하더군요.

펑 하는 소리에 바위조각들이 연기와 함께 피어올랐다가 맥없이 흩어져 주저앉는 것을 보고 뒤돌아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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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파 폭음와 함께 멀리서 연기가 망연히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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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대추리의 폭력과 지금 강정의 폭력은 하나의 뿌리일 터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육아공동체 엄마들이 그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 화약 냄새가 피어나지만, 마을 평화센터 앞에서는 아침에 잡아온 바닷고기들을 즉석에서 손질해서 파는 작은 어시장이 열렸습니다. 평화운동가들은 붉은발 말똥게 모빌을 만들고남방큰돌고래 인형을 만드는 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주 
4.3항쟁 이야기를 할아버지로부터 들으며 자랐던 이들에게 국가는 무엇이고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주민들을 범죄자로 몰아 잡아들였던 공권력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 것인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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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답답해서, 둘러보기라도 하고자 서울서 왔다는 어머니와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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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복합미항이라지만 조감도에도 구럼비와 강정마을은 통째로 사라져있습니다



정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정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핵무기와 핵발전 문제
, 뉴타운과 재개발의 문제, 4대강 사업의 문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문제, 삶의 원형을 지켜낼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문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비장하게 나선 길 끝에 강정 주민들과 춤추는 평화운동가 그리고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숙연해져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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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정마을에 지금 비장함은 없습니다. 저항의 노래를 부르며 오늘도 어시장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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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맑은 이 강정 바다를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요




해군기지를 기획한 전 정권
, 그리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현 정권이 국민의 생존을 볼모로 눈앞의 이익과 정권의 유지를 위해 재벌 토건족들과 어떻게 결탁하고 어떻게 국민을 배반하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소리 없이 저항하고 있는 구럼비 바위와 
450년 강정마을의 단단함을 믿어봅니다.싸워서 이겨본 적 없는 이들의 저항의 노래가 헛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그 노래가 합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리고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가의 역할입니다. 저항하는 이들의 편에서 탈토건, 탈핵, 생명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그 길에 늘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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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에서 잠시 엽서를 씁니다. 그 속에 담는 바램은 누구나 알 것입니다.




[ 이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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