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전직 전교조 위원장이 두 개의 당으로 각각 출마를 하면서, 전교조의 후보로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사람의 요청은 즉시 받아들여졌고, 집중투표가 결정됐다. 다른 한 사람은? 자정이 가깝도록 격론이 벌어졌고, 민주노총으로 그 결정이 떠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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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총선에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장혜옥 (전)전교조 위원장


두 사람의 전직 전교조 위원장이 출마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학생운동을 하던 같이 하던 사람 중에 특정한 학번들은 애칭을 붙여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애칭 중에 “참교육세대”라는 표현으로 부르던 후배들을 몹시 부러워했었다. 아주 보수적인 교사들에게 보수적인 교육만을 받고 학교를 다녔던 나는 전교조 교사들의 참교육 세례를 받고 자란 후배들이 참으로 부러웠었다. 어느 해 여름 밤, 집회에서 참교육사 물품 판매를 도와주고 있는 나를 교사로 착각하고 존경어린 감탄사를 보내던 청년도 있었다.

그런 전교조가 지금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전 위원장이 두 개의 당으로 각각 출마를 하며 전교조의 후보로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사람의 요청은 즉시 받아들여졌고, 집중투표 결정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다른 한 사람은 자정이 가깝도록 후보승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격론을 벌였고, 그러고도 결정을 민주노총에 떠넘겼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후보등록일까지 결정을 기다리라는 황당한 통보를 해왔다.

전자는 성폭력사건과 연루된 자이며, 가해사실의 조직적 은폐를 시도함으로써 한 여성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개방형 비례후보로 첫 낙점을 받은 정진후 전 위원장이다. 후자는 진보신당 여성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장혜옥 위원장이다.


전교조 현집행부와 통합진보당의 비상식적 행동, 피해자에겐 2차 가해

정진후 전 위원장의 비례후보 출마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폭력 피해자와 그의 지지모임은 지속적으로 비례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통진당 간판급 인사들은 정진후 후보의 성폭력 연루 사실의 세탁에 앞장서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정진후 전 위원장은 스스로 경고조치를 자처한 분”이라며 그를 미화시켰고, 입심 좋은 유시민 대표는 TV토론에서  “성폭력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위원장은 제명됐고 그 다음에 오신 분이 정진후 위원장”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정진후의 사실 관계 자체를 왜곡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 대단한 입심으로 화제의 인물로 등장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지지모임을 모두 이상한 집단으로 몰아버리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다.

지금 피해자가 느끼고 있을 고통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성폭력의 조직적인 은폐과정의 전형적인 전철을 밟기에 급급하다. “조직에 헌신을 한 공로가 있다, 사실 그는 죄가 없다, 사실관계가 다르다” 등등... 이 전형적인 2차 가해의 현장에서 꿋꿋이 버티는 그들의 담대함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전교조는 특정정파 조직인가 진보적 교사들의 조직인가

전교조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은 이유는 참교육 실현이라는 명분 때문이었다. 보수교육이 만연한 풍토 속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여주려는 의지는 학생들을 변화시켰고 부모들은 감동시켰다. 그러던 전교조가 이제는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 관련자인 정진후 위원장을 국회에 보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던 전교조가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참교육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 온 장혜옥 전 위원장을 자신들의 후보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 


전교조가 장혜옥 전 위원장의 진보신당 활동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노당 내 좌파 활동가들이 민족주의자들의 패권적 행위에 반대하여 창당한 진보신당 당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두고, 전교조는 장혜옥 전 위원장에게 진보신당 활동을 문제삼는 등 정치활동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침해해 왔다고 한다. 이런 행동은 전교조가 진보 교사의 조직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조직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명분을 상실한 전교조 집행부의 행동으로 전교조 교사들은 이제 교단 앞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가르칠 수 있을까? 정진후 전 위원장과 전교조-통합진보당이 망치고 있는 전교조의 이미지를 장혜옥 후보의 활약으로 극복해 주기를 기원한다.


[ 고미숙 newjinbo@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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