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故人) 월성 1호기는 1982년 11월 21일 태어나 ..."
 
핵없는 세상을 상상하라! 지난 17일, 네 번째 탈핵희망버스가 출발했다. 올해로 30년 설계수명을 다한 월성1호기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반대 투쟁현장도 다시 찾았다.

고조되는 탈핵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유난히 우리를 불안케 하는 일들이 계속 터지고 있다. 정부는 '전력대란'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억지로 늘리고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고시를 강행하고, 한전은 사람도 자연도 죽이는 고압 송전탑 건설을 멈추지 않는다. 


41.jpg ▲ 17일(토) 오전 9시 삼성역 한국전력 본사 앞 기자회견. 진보신당과 녹색당,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이 모여 한국전력과 한수원을 규탄하며 4차 탈핵희망버스 출발을 알렸다. (사진: 진보신당)

42.jpg ▲ 지피지기면 백전탈핵! 월성원자력홍보관에서 한수원 과장의 브리핑을 들으며 "지피지기 관람 투쟁" 중. 참가자들과 한수원 관계자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사진: 진보신당)


지피지기면 백전탈핵! 월성원자력홍보관에서 '지피지기 관람투쟁'을 마치고 발전소 정문 앞에서 '월성1호기 장례식'을 거행했다. 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이 재치있는 추도사를 읊고,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영정 앞에 흰 국화를 헌화했다.

"고인(故人) 월성 1호기는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생으로 1982년 11월 21일 첫 울음을 터트린 이래 30년의 험난한 생을 살다 2012년 11월 20일 우리 앞에서 그 명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1978년 먼저 태어난 고리1호기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핵발전소로, 한국의 전력 공급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나, 이제 너무도 노쇠하고 폐기물을 감당할 길도 없기에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간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살려보고자 설비 교체 67건, 설비 개선 17건, 설비 보강 44건, 후쿠시마 원전 유사 사고 방지 37건 등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뚜렷한 노후의 조짐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월성 1호기는 전체 월성핵발전소 사고의 54%(102건 중 55건)를 차지하는 위험한 기록을 이어갔고, 지난 2002년 이후 총 28건의 원전 사고 중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2차계통의 사고가 7건으로 드러났습니다. 7천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압력관 교체 후 환골탈태 했다고 큰소리 친 이후 지난 10월 29일의 냉각수 계통 비정상 작동으로 인한 발전 중단까지 벌써 4번째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43.jpg ▲ 월성발전소 정문 앞에서 <월성1호기 장례식>을 거행하다. 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이 추도사를 읊고,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월성1호기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쳤다. 발걸음 가벼이 떠나시기를. (사진: 진보신당)



이미 가동이 정지되어 있는 월성 1호기는 이대로 잠들게 될 것입니다. 한수원에서 수명연장 시도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2대가 있어야 할 비상노심냉각설비가 1대 밖에 없고 수소감지기의 부재, 내진설계 미흡 등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드러난 상황입니다. 

독재 정권 하에서 태어나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바친 월성 1호기를 떠나보내면서, 우리는 슬픔보다 새로운 교훈을 기대합니다. 어디에도 안전한 핵에너지는 없으며 한국에서도 탈핵의 첫걸음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고인 월성1호기는 한국 사회에 알려줄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핵발전소 폐쇄의 첫 모델이 될 것입니다. 

지경부와 한수원 등 유족들에게도 작은 위로와 함께, 월성 1호기의 장례를 엄숙하면서도 치밀하게 치뤄주시라는 당부를 전해드립니다. 월성 1호기의 영면을 빕니다."

44.jpg ▲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월성1호기의 넋을 기리는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진보신당 부산시당 허영관 위원장의 얼굴이 자못 간절하다. (사진: 진보신당)



송전탑 안된다! 산꼭대기에 황토벽돌 져날라 농성건물 지은 어르신들

밀양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마을은 밀양 송전탑 저지 투쟁의 구심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매일 황토벽돌을 져날라서 황토방 농성건물을 지어올렸다. 한우암소 한 마리를 잡아 마을잔치가 벌어졌고, 마침 도착한 탈핵희망버스 일행들도 진수성찬 대접을 받았다. 

"전기를 거의 쓰지도 않는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올려보내는 전기 때문에 농사도 못 짓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핵발전소를 유치해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까요?" 진보신당 김종철 권한대행의 재치있는 인삿말에 마을 주민들도 탈핵버스 승객들도 큰 박수를 보낸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밀양의 이계삼 선생님이 치열한 밀양 투쟁현장을 동영상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핵발전으로 인해 타 지역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기에 충분할 만큼.


45.jpg ▲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송전탑은 안된다!" 밀양 송전탑 반대현장의 할머니가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음을 보내주신다. (사진: 진보신당)

46.jpg ▲ 탈핵희망버스 승객들을 반갑게 맞아주시고 배불리 먹여주신 밀양 단장면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사진: 진보신당)

47.jpg ▲ 송전탑 건설부지로 매일 올라가 싸우시는 마을 어르신들. (사진: 진보신당)

48.jpg ▲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어르신들이 매일 산꼭대기까지 황토벽돌을 져날라 농성건물을 만들었다. (사진: 진보신당)
49.jpg ▲ 위압적인 송전탑 모습. 76만 볼트가 넘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는 자리에는 사람이 살 수가 없다. 농사도 지을 수 없고, 가진 건 땅밖에 없는 농민들에게는 재앙이다. 결국 올해 초 밀양에서 칠순 어르신이 분신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진: 진보신당)


"송전탑 막을라꼬 내가 여든 여덟꺼정 살았는갑다" 청도 송전탑 반대투쟁 농성장

청도는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오는 전력을 경북 이북으로 공급하는 밀양 765kV 송전탑의 지선인 345kV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이다. 감 농사, 사과 농사를 지으며 살던 이 작은 마을에 일곱 개의 송전탑이 줄줄이 들어서려 한다. 여든 여덟 살 할머니는 "송전탑을 막기 위해 이렇게 오래 살았나보다" 하시며, 이곳에 송전탑이 절대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현재 여섯 개의 송전탑이 이미 세워졌으며 마지막 하나 남은 송전탑의 공사를 중단시켜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청도에 이렇게 많은 지원 인원이 온 것이 처음이라며 반가이 맞이하셨고, 탈핵희망버스 승객들은 추어탕으로 융숭한 점심을 대접받았다. 거기에다 청도 특산물인 홍시와 감말랭이까지 주억주억 내어주신다. 송구하고, 감사하다. 간촐한 집회를 열면서 수도권 시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50.jpg ▲ 탈핵희망버스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시는 할머니. (사진: 진보신당)
51.jpg ▲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투쟁 현장 주민들. (사진: 진보신당)
53.jpg ▲ 청도 주민들과 함께 한 간촐한 집회 모습. (사진: 진보신당)
54.jpg ▲ 송전탑 공사장 가는 길. (사진: 진보신당)
55.jpg ▲ 송전탑 공사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 등 뒤로 송전탑이 보인다. (사진: 진보신당)
56.jpg ▲ "바로 저-쪽으로 여섯 개의 송전탑이 벌써 들어섰습니다" (사진: 진보신당)
57.jpg ▲ "억울하고 원통하고....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주민들의 물기 어린 발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물을 쏟고 마시는 할머니. (사진: 진보신당)
58.jpg ▲ "송전탑 막을라꼬 이래 오래 살았는갑다" 여든 여덟 할머니의 말씀에 송구하고 또 송구스럽다. (사진: 진보신당)


핵을 막아내는 데엔 제3세력이고 외부세력이고 따로 있을 수 없다. 나와 당신이 삶을 지속해야 할 이곳, 그리고 우리가 가고 없어도 더 많은 생명이 삶을 영위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탈핵은 이 땅에 살아갈 다음 세대와 뭇 생명들에 대한 '염치'의 다른 표현이다. 

[ 김현우 (진보신당 녹색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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