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6.13사설> 다시금 진보통합 대의 되새겨라
[사설]다시금 진보통합 대의 되새겨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에 합의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통합전선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가 지난주 북한 세습 문제에 대한 정책합의문 해석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제 열린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는 합의문 동의 여부를 표결에 부쳐놓고도 참석자 대다수가 기권하는 이상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민노당 내부도 진보신당의 사정과 비슷하다. 월말까지 이끌어내기로 한 각 당의 통합추인 절차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통합작업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3대 세습 문제다. 지난달 31일 양당과 민주노총 등 진보세력은 “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민노당 이 대표는 진보신당 조 대표가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히자 ‘왜곡’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두 대표의 설전은 당 대 당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또 이 대표가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 참여를 두고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진보신당은 물론 민노당 내부에서도 합의사항이 아니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북한 세습 인정 문제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해온 양당이 모호한 문안으로 이견을 봉합함으로써 진보진영 통합작업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양당 지도부의 각별한 노력과 조심스러움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들 지도부가 오히려 애써 봉합된 부분을 훼손하는 데 앞장서는 듯한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이 진보통합의 대의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또 이 대표가 진보신당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심한 참여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양당 지도부와 핵심인사들이 개인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따가운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양당이 통합에 성공하려면 합의문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당은 합의문의 첫머리에 통합의 목적으로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시민사회의 열망 부응’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 ‘새로운 희망의 대안사회 건설’을 제시했다. 목적이 얼마나 명확한가. 그렇다면 양당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북한 세습 문제도 두 당이 합의문 정신에 따라 지혜를 모은다면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