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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직후에 미역, 소금 등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유출된 방사능이 바닷물을 오염시킬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사재기를 한 것이다. 이런 행동을 이기주의라고 비난만 하기는 어렵다. 인간이 자신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식을 가진 부모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대처방법으로는 내 아이와 미래세대를 보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실 우리는 어른으로서는 못할 짓을 하고 있다. 나부터 돌아보면 11살 때인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경북 울진, 경주, 전남 영광에 계속 건설되었다. 내 나이 19살 때인 1986년에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져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지만, 대한민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발전소를 늘렸다. 그래서 핵발전소는 현재 21기까지 늘어났다.
핵발전은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가 지금 우리 세대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에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핵발전소에서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고장 정지사고만 해도 400건이 넘는다. 다행히 초대형 사고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사용후 핵연료’는 계속 쌓이고 왔다. 이 ‘사용후 핵연료’란 놈은 아주 고약하다.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고위험 물질이다. 방사능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에만 2만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현재까지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는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핀란드가 10만년을 보관할 공간을 만들고 있지만, ‘10만년 동안 안전할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인간이 10만년을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길게 살아야 백년을 살 수 있는 인간이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양산하고 있으니,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다. 그래서 핵발전은 세대 간에 심각한 불공평을 초래한다. 우리 세대는 핵발전의 이익을 누릴지 몰라도 미래세대는 핵폐기물 처리 부담만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지금 14살인 내 딸이 30년 후에 내 나이가 되면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절반 이상은 가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가동이 중단된 핵발전소는 그 자체가 거대한 방사능 덩어리이다. 게다가 그 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는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 딸은 핵발전의 뒤처리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첫 세대가 될 것이다.

내 딸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그 아이가 살아갈 동안에 현재 가동 중인 모든 핵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우라늄의 고갈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비관론에 따르면 그 아이가 사는 동안에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도 고갈될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는 핵발전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뒤처리만 담당하는 세대가 된다.

증손자, 증손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행여 그 아이들을 하늘나라에서라도 만난다면 그 원망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 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핵폐기물만 떠넘기고 갔느냐고 물었을 때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시간동안 핵발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후쿠시마에서 보듯이 자연은 인간의 통제범위를 넘어설 때가 많고,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는 무엇을 믿고 핵발전을 계속 확대하고 있을까? 내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안전할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서도 불안하니까 미역과 소금을 사재기한 것은 아닌가?

그래서 핵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가 사재기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핵발전을 우리 세대에서 최대한 책임있게 정리하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본의 반핵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는 ‘후회없는 빠른 행동’을 강조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인 시민들이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는 탈핵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부모세대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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