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창의적이고 대담한 방식으로 북미 교착상태를 풀어나가자
- 강경화 장관의 ‘다른 방식의 접근’ 제안에 부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북한의 핵무기 목록 신고 요구를 일단 미루고, 영변 핵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10/4)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제안한 데 이어, 오늘 내신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이러한 제안을 확인했다. 현재 북미 간에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과 핵 신고를 두고 실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 제안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미국의 입장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강 장관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핵무기 목록을 요구하면 이후 검증을 놓고 또 한 번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오늘 외교부에서 이뤄진 내신 기자회견에서도 비핵화 성공을 위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월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싱가포르 선언 이후에는 동창리 위성발사장을 해체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 이외에 양보한 것이 없다. 오히려 북한으로서는 완전 굴복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핵 신고를 주장하며, 실무협상의 문턱을 높여 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패권을 추구하는 미 관료들과 강경파 정치인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이다.
미국 최고의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도 27일 오후 서울 연세대에서 강연회를 갖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북한 비핵화 조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커 교수는 중단→점진적 철폐→완전한 폐기 등 3단계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제안하며 “북한이 선제적으로 플루토늄을 더는 생산하지 않는 것이 (비핵화에 있어 북한이 취할)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메가와트(MW) 원자로를 폐쇄한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제안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북한의 영변 핵 폐기에 대해 미국도 상응한 조치로서 종전선언을 하라는 의미이다. 한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러한 제안을 전달받은 상태에서 방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의 주장을, 그것도 강경파의 입장을 관철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교착상태가 기존의 방식을 답습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면 굳이 기존의 것을 고집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강경화 장관이 밝힌 한국 정부의 제안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논의가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중대한 제안인 것은 분명하다. 남·북·미 3자의 새롭고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때다.
(2018.10.5.금,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