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평창운수 노동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자들이다
- 평창운수 임단협 타결을 환영하며
지난 29일 밤, 파업 118일 만에 평창운수 노사 간에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이 타결되어 내달 3일부터 버스 운행이 정상화된다. 일상의 삶터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일구어낸 승리다.
평창운수 노사는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해 12월 2일부터 노조측이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2월 28일 사측에서 평창군에 면허권 반납 통보를 하고, 소속 노동자 21명에게 해고통보를 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이 이렇게 오래 끌 이유도 없었다. 노사간 쟁점사항이 거의 합의되었지만 평창운수 사측은 적자를 이유로 평창군에 추가보조금 5억을 요구하고, 버스사업 면허권을 반납하겠다며 파행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평창운수가 2014년 강원도에 제출한 경영현황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순이익률이 6.3%로 도내에서도 손꼽히는 실적이며, 일반적인 농어촌버스의 영세한 상황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그동안 애꿎은 평창군민만 불편을 겪어왔고, 평창군은 군민의 세금으로 관광버스를 투입해야 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군민 혈세를 낭비하는 추가보조금 지급을 반대하는 한편, 평창군청에 대해 버스 사업 면허권 반납을 받고 이 기회에 버스 공영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인상해달라는 투쟁에서 시작한 싸움이 세금 낭비를 막고 군민들의 편의를 추구하는 버스 공영제 투쟁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오늘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이끈 것은 촛불 시민이었다. 촛불 시민들은 주말이면 광장에 나가서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쳤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가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부조리하고 불공정하며 불합리한 상황과 맞닥뜨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침묵을 지키며 무기력하게 대응한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의 직무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실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헬조선을 벗어나고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
평창운수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터에서 부조리, 불합리, 불공정한 문제와 투쟁해서 승리했다. 평창운수 노동자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자들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삶터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촛불을 들자.
(2017.3.31.금,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