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상조 후보자는 재벌개혁 의지가 있는가?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부쳐
오늘(6/2)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오늘 청문회는 정부의 재벌 정책을 주도할 주무부처 장을 맡을 후보자의 정책 입장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공익과 크게 관계없는 도덕성 문제에 집중되었다. 노동당은 김상조 후보자가 최근 몇 년 동안 취해 온 재벌 정책 입장이 시대적 요구인 재벌 개혁에 크게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노동당은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더라도 그의 정책에 대한 감시를 계속할 것임을 밝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재벌개혁 관련 의제에 대해 김 후보자가 밟아온 행보는 ‘재벌 공격수’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먼저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 김 후보자는 “5년 전에는 14개 그룹에 9만8000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7개 그룹에 90개 고리밖에 없다”면서 “시급한 주요 현안이 아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 남아 있는 순환출자 고리의 수가 핵심이 아니다. 기업집단 규모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순환출자 고리를 총수 일가 그룹 지배의 핵심 수단으로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상호출자를 형태만 바꿔 허용한 것이 순환출자이다. 재벌개혁을 하겠다고 하면서 순환출자가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 후보자는 ‘인적분할에 의한 자사주 분할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인적분할에 의한 자사주 분할 신주 발행 제도는 재벌들이 기존의 순환출자 그룹 체제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추가의 지분 투자 없이 또는 지분 투자를 최소화면서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2배, 3배로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 일가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존의 불완전한 그룹 지배권을 ‘조양호 왕국’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제도의 개혁조차도 신중해야 한다면 김 후보자가 구상하는 재벌개혁에 뭐가 남아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금융과 산업의 분리(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후계구도와 그룹 지배권 완성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다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이외에도 기존 순환출자 해소, 자사주 분할 신주 발행 금지 모두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와 그룹 지배력에 핵심적인 이슈이다. 재벌개혁은 ‘삼성 공화국’을 해체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벌개혁 주무부서 수장이 될 후보자가 삼성 총수 일가의 지배 구도 완성에 우호적인 정책 입장을 다수 취하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이러한 정책 입장은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내놓은 경제민주화 공약과도 배치된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순환출자 고리의 단계적 해소와 자사주 분할 신주 발행 제도의 개혁을 포함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진보적 시민사회가 재벌에게만 이익이 될 뿐 공익을 해친다고 완강하게 반대해왔던 정책들에도 찬성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기업의 합병과 분할에서 주주총회 없이 기업 조직을 변경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다. 재벌에게 특혜가 되고 소액주주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에 대해 김 후보자는 찬성 입장을 취했다.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규제 완화의 종합판인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찬성 입장을 취해 왔다. 김 후보자는 심지어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소극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물론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재벌 정책의 내용과 방향에서 일정한 조율을 거쳤을 것이다. 노동당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이 재벌의 한국경제 지배를 기정사실화하는 전제에서 시장과 주주의 감시를 일정 부분 강화하겠다는 수준으로, 시대적 요구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하였다. (http://bit.ly/2rLyrAM 참조)
그런데 김 후보자의 그간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수위보다 더 후퇴할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당은 김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여부와 무관하게 주요 재벌개혁 정책에서 공정위가 취할 입장을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다.
2017.6.2.
노동당 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