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주노동자 산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故 테즈 바하두르 구룽 씨의 명복을 빌며
오늘(6/15) 대구 성서병원 장례식장에는 테즈 바하두르 구룽 씨의 빈소가 마련되었다. 이주노동자인 구룽 씨가 지난 5월 12일 경북 군위군의 양돈장에서 돼지 분뇨 정화조를 청소하다 유해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지 35일 만의 일이다.
지난 5월에만 구룽 씨를 포함해 4명의 이주노동자가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원래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는 일을 이주노동자에게 시켰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돼지 분뇨는 악취는 물론, 분뇨에서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계를 사용해 작업해야 하지만, 구룽 씨에게 작업을 지시한 사업주는 당시 청소기계가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수작업을 종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업주는 유해가스 농도조차 측정하지 않았고, 마스크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양돈장처럼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된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201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 없이 사업장을 바꿀 수 없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주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노동자로 인정하고는 있지만 노동3권은 보장하지 않고 있고, 또한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고용에 관한 권한을 모두 고용주에게 부여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전적으로 종속되게 만들었다. 이러니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구룽 씨가 사고를 당한 사업장은 사고 후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산업안전법 관련 위반 사항이 18건이나 적발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사업주에 대한 처벌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없다.
우선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해당 사업주에 대한 즉각적인 처벌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에서 벗어나, 명백하게 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노동자를 죽음에 내몬 사업주에게는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근로감독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
노동당은 이와 함께 관련 제도의 개선을 주장한다. 엄정한 법 집행만으로는 반복되는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없다. 국회는 이주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과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의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2017.6.15.목,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부대변인 류증희)
* 테즈 바하두르 구룽 씨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4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