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2의 부안 방폐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중앙행정심판위의 설악산 케이블카 불허 취소 결정에 부쳐
작년 말 촛불 집회의 와중에 박근혜 적폐의 첫 번째 탄핵사례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재청의 설악산 케이블카 불허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6월 15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내렸기 때문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문화재청이 “보존과 관리 측면에 편향되어, 문화향유권 등 활용적인 측면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천연기념물이며 문화재인 설악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의 배경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은 사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두 번이나 부결되었지만 세 번째로 또다시 추진된 것은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느닷없이 의욕을 보이면서부터다. 그러나 오히려 더 앞장선 것은 민주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강원도당 위원장이었던 심기준 의원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양양군과 더불어 실행에 앞장섰다. 그리고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5년 8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당론으로 채택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텔레비전 토론에서 4대강을 찬성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비판했지만, 홍준표 후보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위해 관련법 개정을 약속한 것을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리산 산악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됐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 과정도 석연찮다.
지난 5월 30일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발표했다. 6월 13일에는 자유한국당이 다수당인 강원도의회가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14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최문순 도지사의 만남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직접 건의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만난 지 불과 하루 만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강원행동,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 주민대책위 등 환경단체 및 주민들은 즉각 반대행동에 돌입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을 최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제1호 낙마 인사가 되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노무현 정부 시절 부안 방폐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2017.6.17.토,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