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 논평]
“결코 당신 잘못이 아니다”
- 한국 사회 어디에도 성추행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공간은 없다
2018년 1월 29일 저녁,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서지현 검사는 JTBC 뉴스룸에서 8년 전인 2010년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인터뷰했다. 같은 날,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2010년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성추행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2010년 사건 당시 현장에는 다른 검사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도 함께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가해자의 행위를 말리지 않았으며, 이후 사과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당함에도 그에게 가해진 말들은 “입 다물고 그냥 근무해라”였다. 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입 다물고 근무’하며 8년을 버텨왔다.
피해 경험자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와 검찰 조직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며 고통 속에서도 제기하지 못하고 자신을 탓해온 서지현 검사는 “내 잘못이 아닌 것을 깨닫기까지 8년이 걸렸다”라고 말하며 TV 인터뷰에 섰다. 그는 그렇게 자신이 경험한 검찰 내부의 성추행 사건들과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발생되고 있으나 은폐되고 있는 것에 대해 폭로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어떻게 검찰에서 그런 일이 있냐고 놀라움이 이는가? 글쎄, 전혀. 전혀 놀랍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직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서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은 없다. 성폭력, 성추행 등을 조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와 위계적인 구조 속에서 수많은 사건들이 은폐되어 오고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사회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너무나 일상적인 폭력의 모습이다. 이 사건이 놀라운가? 하루에도 수많은 성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전혀 놀랍지 않다.
검찰은 검찰 내 성폭력 은폐에 대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처벌하고,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검찰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성추행, 성차별적 문제를 반드시 진상조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검찰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혁신이 잘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겠다. 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도 지금 여기 우리가 선 이곳에서 외치고자 한다. 두려움에 떨며 놀라는 대신, 이제 성폭력 ‘당하지’ 않겠다고, 성폭력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00내_성폭력, #미투, #타임즈업 해시태그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 경험들을 말하고 있다.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그리고 그런 가해자를 낳고 있는 문화와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 이제 우리는 말하고자 한다. 성폭력이 용인되고 은폐되는 사회는 이제 더는 없다. Time's Up!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서지현 검사를 지지한다.
우리는 소망한다. 피해경험자가 고통받지 않는 사회를. 피해경험자가 침묵 당하지 않는 사회를. 원치 않는 성폭력 피해경험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2018년 1월 31일
노동당 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