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평창올림픽 이후가 걱정이다
- 미국은 대화 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2/1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열린 것은 물론, 북미 간의 대화도 관심거리가 되었다.
최근 우리 국민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조성하는 당사자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작년까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조성한 것은 북한이었다. 한국과 미국 역시 합동 군사훈련과 핵 전략자산을 동원한 무력시위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한반도의 불안을 배가시켰다.
최근 북한은 전략을 변경하여 도발 대신 평화 공세를 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 대화 의지를 밝힐 때 예상되었던 바이며, 올해 들어서는 핵 실험 및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였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미국이다.
평창올림픽에 참석한 미국의 펜스 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미국이 달가워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펜스 미 부통령은 한국 방문 내내 탈북자 면담, 천안함기념관 방문 등의 일정을 통해서 북한과의 대결 의지를 드러냈고, 북한의 인권실태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대북 압박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자리를 일찍 뜨는 등 외교적 결례를 범하기도 하였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을 통해서 트럼프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을 상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불만족스럽고 초조한 미국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뒤바뀌었다.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전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염원이다. 이 길에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 앞장서야 하는 것은 백번 당연하다. 북한도 핵 강성대국이라는 헛된 야망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어야 한다. 미국도 일 년에 몇 번씩 실시하는 미사일 실험과 핵무기 현대화를 당장 멈추고 북한과 함께 핵 없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말 실용적인 사업가 출신이라면, 자신의 선임자들이 되풀이한 실수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열병식을 부러워하고, 코피전략 등 유치한 수준의 전략 감각을 가지고는 복잡한 북미 간의 고차방정식을 풀 수 없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군사훈련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조성할 때 못 이기는 척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그게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일이고, 대통령으로서 가시적 업적을 남기는 일이다.
(2018.2.11.일,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