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 논평]
모두를 위한 ‘성평등’이 필요하다
- 첫 법정기념일 2018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보내고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은 110주년을 맞이했다. 성차별주의에 맞서며 여성도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마땅히 존재한다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외쳐왔다. 그 걸음들에 존재했던 모든 이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110주년이 된 2018년 올해부터 3·8 세계 여성의 날은 국가가 지정한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지난 3월 4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한국여성대회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양성평등을 위해 달려온 그간의 노력이 법정기념일이 된 올해와 같은 시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쉼 없이 목소리 외치고 싸워온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서로를 격려했다. 수십 년간 여성의 인권을 위해 싸워 온 역사가 존재하고, 그 역사는 잇고 이어져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존재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적 위계가 존재하며 여성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정치·사회적 소수자들을 배제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발화되고 있는 #MeToo 운동은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뿌리 깊은 권력·위계적 성폭력들이 존재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안정 저임금 노동에 여성들을 놓이게 하고 성적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지 않았던가. 특정 영역 할 것 없이 권력을 이용한 성적 폭력들이 매일매일 ‘고발’되는 현장을 마주하고 있는 ‘오늘’들이 아니던가.
여성가족부에서는 성평등이란 말을 일부 종교계에 해명해야 하고, 교육에서는 성평등·페미니즘을 자유로이 말할 수 없고, 인권조례가 새로이 제정되어야 할 지금 오히려 폐지되는 위험이 놓여 있고, 대학에서는 페미니즘을 말한 학생을 무기 정학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뿐 아니다. 다양한 삶의 역사와 맥락을 지닌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많은 차별의 벽 앞에 놓여 있는가. ‘양성평등’이란 프레임 속의 젠더 정책에서는 성소수자의 삶은 배제되고 있으며, ‘정상성’, ‘표준’ 등의 기준 아래 많은 이들의 정체성과 삶의 모습들이 지워지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국가에서는 No를 외치고 있지 않은가.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슬로건이 구호에 그치게 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한 성평등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삭제하고 있는 ‘양성평등’ 프레임을 걷어내고 모든 이들이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성평등’ 젠더 정책이 필요하다. 기념일로 하루를 기억하고 보낼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우리의 목소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우리의 삶이 평등과 존중이라는 원칙 안에서 계속해서 고민하게 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모두를 위한 ‘성평등’이 필요하다.
2018년 3월 9일
노동당 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