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해법 없는 핵쓰레기 문제, 이제는 핵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 3/11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7주기를 맞으며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15m의 쓰나미, 제1 원전의 전원 상실, 원자로의 노심용융(멜트다운), 1~4호기의 연쇄 수소 폭발, 다량의 방사성 물질 방출...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는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핵발전소 내부 접근도 불가능하기에 상황 파악도 못 하고, 녹아내린 핵연료가 뿜어내는 고농도의 방사능은 전 세계로, 바다로 번져 나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피난민이 5만 5천여 명에 달하고, 수많은 일본인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은 즉각적인 수습과 대책 마련 대신 은폐와 축소로 일관해 오고 있다. 제염 작업이라면서 방사능 오염 흙을 걷어내서 거대한 비닐 주머니에 쌓아 놓고, 지원금을 줄이려고 피난 지역 해제와 주민들의 복귀를 종용하고,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해 방사능 오염이 현저히 줄었다는 국제적인 쇼를 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민주당 정권의 ‘2030 원전 제로’ 계획을 폐기하고, 단계적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 후쿠시마 핵사고 70주기가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정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탈핵 전환을 말하면서도 핵발전소 5기가 지어지고 있고, 핵쓰레기 문제에 대한 정면 대응 대신 임기응변식 임시저장고의 추가 건설만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진정한 탈핵 전환을 위해서는 코앞에 닥친 핵쓰레기(고준위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가감 없이 드러내고, 국민과 함께 난제를 풀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하 500m 암반에 최소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묻는 것 외에 어떤 해법도 없는 것이 핵쓰레기다. 사실상 해법이 없다.
일본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 수입 문제도 심각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핵발전과 핵쓰레기를 대하는 관점이다. 핵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다. 24기의 핵발전소, 1만 5천 톤이나 쌓여 있는 핵쓰레기, 해마다 750톤씩 쏟아지게 될 핵폐기물. 묻을 곳도, 저장할 땅도 없는,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재앙을 어찌할 것인가!
이번 후쿠시마 7주기를 맞는 3.11 기획단은 핵심 의제로 ‘핵쓰레기, 고준위 핵폐기물과 핵재처리’로 정했다. 핵쓰레기는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고,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핵쓰레기 드럼통 모형을 지고 가는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후대, 아니 최소 10만 년 이상 재앙으로 남게 될 핵폐기물 문제를 피하지 말자고, 피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외치고자 한다.
가장 빠르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핵발전을 중단하고, 핵쓰레기를 그만 만들자.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결단이다.
핵쓰레기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미국 핵물리학자 존 고프만 박사의 언명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새겨진다.
“핵발전은 대량으로, 무차별로 사전에 미리 계획된 살인이다.”
2018년 3월 10일
평등 생태 평화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