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헌법 개정안 국민발의권 보장하고 기성 정치권은 개헌에서 손 떼라
- 6월 개헌 무산, 정치권의 남 탓 공방에 부쳐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넘겨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가 무산된 것을 놓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연일 서로 남 탓을 하며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실시가 무산된 것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현하며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국회를 정면 비판했다.
대통령이 6월 개헌 무산의 책임을 국회에 묻자, 국회의 원내 정당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야합”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이 무산되었다고 비난하고, 자유한국당은 “개헌을 갖고 장난을 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국민개헌을 완성”하겠단다.
청와대건 여야건 개헌을 언급하며 가장 많이 들먹이는 게 ‘국민’이다. 그렇지만 정작 국회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은 실종됐고, 여야의 당리당략에 가로막혀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국민투표법 개정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촛불 항쟁의 결과로 출범한 이번 정권에서조차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다.
여야 기득권 정치 세력은 더는 ‘국민팔이’ 개헌 논란을 거듭하지 마라. 대신 국민투표법을 조속히 개정하고,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의권을 보장하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하라. 이후 헌법 개정은 국민에게 맡겨라.
이것이 촛불 항쟁을 통해 각성한 시민들의 민주적 열망에 걸맞은 개헌 과정이자, 아래로부터의 주권 시대를 제대로 여는 방법이다.
노동당은 그동안 31년 만의 개헌은 87년 헌법이 막지 못했던 신자유주의 97년 체제의 전환이 중심이어야 하며, 따라서 87년 헌법 제정 당시 예비하지 못했던 실업과 불안정 노동의 만연, 모든 분야에서 차별과 불평등의 심화를 역전시킬 수 있는 내용이 개헌의 중심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개헌에 담겨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 기본소득 ▲ 평등과 차별금지 ▲ 휴식권 ▲ 생태사회로의 전환 ▲ 비례대표제로 사표 없는 민주주의 등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은 내용상 미흡했지만, 국민발의권을 포함했다는 점만은 크게 주목할 지점이다. 노동당은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의권을 보장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정치권에 다시 한번 요구한다. 물론 통치구조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헌법개정안 국민발의권을 보장하는 원 포인트 개헌이다. 이러한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노동당은 새로운 공화국의 헌법 내용을 국민발의운동으로 채워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원 포인트 개헌은 아래로부터 국민주권을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8.4.26. 목,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