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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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신고보상금제에 앞서 ‘맑고 공명정대한 윗물’부터
서울시교육청 조례안... 상습성폭행 교장은 정직, 일제고사로 평교사는 해직시켜놓고...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90706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교육청 부조리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각종 부조리를 근절하여 깨끗한 공직사회를 구현하려는 것이 제정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수수액의 10배 이내를 신고자에게 보상하는 등 모두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조리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 기준
지급대상 |
지급액 | |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 |
금품․향응 수수액의 10배 이내 | |
자신의 직위 또는 권한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거나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재정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 |
추징․환수액의 20퍼센트 이내 | |
기타 청렴도 훼손 관련 신고 |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부조리 등 |
3천만원 이내 |
다수의 공무원 또는 민원인이 관련된 부조리 등 |
1천만원 이내 | |
다른 공무원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알선․청탁 행위 |
300만원 이하 |
보상금의 최대 규모는 3천만원입니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부조리 등을 신고하여 청렴도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교사가 촌지나 접대를 받는 건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로 수수액의 10배 이내가 보상금입니다. 20만원어치 촌지 받은 걸 신고하면 200만원 이내의 보상금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신고는 일반시민이나 공무원이 할 수 있고,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다음에 계좌나 현금으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2명 이상이 연명으로 신고하면 나눠서 받습니다.
징계부터 제대로 해야
신고포상금제라는 방식이 올바른지, 이 방식의 실효성이 있는지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비슷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징계를 받습니다. 교육청이 판단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도 있고, 형사처벌에 따라 자동 징계될 수도 있습니다. 촌지나 불법찬조금은 이미 처벌 대상입니다. 만약 징계가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졌다면, 이번처럼 신고포상금까지 거론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2월 서울시 교육청은 급식업체로부터 돈받은 교장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3월에는 학부모 돈으로 해외여행간 교사 22명을 경징계했습니다. 2007년 5월에는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폭행한 교장을 정직 3개월에 처했습니다.
반면, 일제고사 관련하여 공립학교의 평교사 7분이 작년 겨울방학 직전에 해직된 바 있습니다. 한 분은 지금 대기 중입니다.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며, 불공정한 징계니 정치적인 처벌이니 하는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한편, 신고포상금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신고자의 보호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조례안 제5조 제1항에 “교육감은 부조리행위 신고자의 신고 내용에 대해 비밀을 보장하여야 하며, 신고자가 신고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내부고발자가 제대로 보호받았는지 의문입니다. 일명 ‘동일여고 사태’에서 동창회비 급식비 관련 비리를 폭로한 선생님들은 지난 2006년 6월 파면당했습니다. 2심 격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세 분 중 두 분을 정직, 한 분을 해임 처분하였습니다. 이게 15억 5천만원의 재정 비리를 폭로한 선생님들에게, 이 공로로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투명사회상’을 받은 선생님께 국가가 해준 ‘보호’입니다.
깨끗한 공직사회 구현? 솔선수범이 먼저!
법과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고, 공직사회의 기강이 확립되어 있으며, 징계 등의 형벌이 공명정대하고, 내부고발자는 충분히 보호되는 등 자정작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깨끗한 공직사회는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면, 신고포상금제도까지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죽 하면 이럴까”라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과연 그러했는지 의문입니다. ‘맑은 서울교육’을 부르짖었지만, 수장인 공정택 교육감부터 선거자금 문제로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윗물이 맑지 않는데, 신고포상금제로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려고 합니다. 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부교육감이 보상금심의위원회 위원장도 맡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제도 운영 등을 뒤돌아보는게 먼저입니다. 그리고 신고포상금제를 하려면, 높은 분들부터 그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평교사나 말단 행정직원은 당분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간부급 이상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규제가 다 나쁜 건 아니다. 강자는 규제하고, 약자는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촌지의 경우, 주는 학부모나 받는 교사 모두 문제이지만, 학부모는 약자이고 교사는 강자입니다. 교육공무원의 사회에서도 강자와 약자는 분명합니다. 권한을 남용하려고 해도 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맑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규제나 처벌의 시선이 주로 향하는 쪽은 강자여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야겠다면 그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조례안 제14조 제3호의 “외부기관에서 수사․조사․감시중이거나 완료된 사항”, 제4호의 “언론매체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이미 공개된 사항으로 청렴도 향상에 구체적․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 경우”에 따라 공정택 교육감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지 못하는데, 이러면 안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이 그냥 있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옛말 치고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