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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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없는 학교’, 그 비결은 사실 다 아는 겁니다.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90709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의 덕성여중 등 전국 457개 초중고를 ‘사교육없는 학교’로 선정 발표하였습니다. 정규 교육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하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에 맞게 제공하여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하는 게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 학교당 평균 1억 3천만원과 인턴교사 4명을 지원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예산이 600억원이고 인턴교사 1800명입니다.
역시 덕성여중입니다. 가히 올라운드 플레이어입니다. 방과후 학교 정책을 거론할 때에도 우수사례로 이야기되고, 사교육없는 학교에서도 그럽니다. 조중동은 한 차례 ‘이렇게 훌륭한 학교를 봤나’는 식의 기사를 쏟아낸 바 있습니다. 대통령은 방문하여 칭찬합니다. 그러면서 나라의 정책으로까지 승화됩니다. 교과부는 덕성여중의 “종합반식 교과 방과후학교와 특기적성 방과후학교”를 우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교과부도 알고 있습니다. ‘종합반식 교과 방과후학교’라고 언급하는 것처럼, 학교에다가 ‘종합반’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개발> 최근호에 덕성여중 기사가 실렸는데, 중앙일보 기자는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서울 덕성여중 3학년 OO양은 오전 7시에 등교한다. 오후 3시 시작하는 방과후 수업, 오후 6시 특화반(우수 학생에 대한 선행학습 과정반), 오후 7시 30분 자율학습을 거쳐 오후 9시쯤 귀가한다. 무려 14시간이나 학교에서 머무는 것이다. 사교육을 받을 시간이 현실적으로 없다. ‘우수 학생 수준별 수업’, ‘실력 부진학생 별도 지도’, ‘통합논술․심층면접 팀 운영을 통한 맞춤형 지도’ 등이 이뤄진다. 학교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아마 학교에서 14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외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7시 등교, 우수반, 선행학습, 자율학습, 14시간 동안 붙잡아두기 등이 비결입니다. 어려운 거 없습니다. 학원에서 하고 있는 걸 학교에서 하면 됩니다. 그래서 덕성여중이 주목받았던 것처럼, 덕성여고를 거친 일류대 진학률만 높이면 됩니다.
이건 전교조이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모든 선생님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만 골라냅니다. 가정형편으로 줄세워도 됩니다. 그리고 집중 지도합니다. ‘수준별’, ‘맞춤형’, ‘특기적성’ 등 엄마들이 혹 할만한 말들을 갖다 붙이면 그만입니다.
대신 공부 못하는 아이는 버려야 합니다. 학교 평균 까먹는 것들은 치워야 합니다. 못 사는 집 아이나 사회적 약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흥미와 적성에 기반한 교육내용도 휴지통에 던집니다. 우리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과 교육의 본질인 전인교육에 Del 키를 누르십시오. 그러면 ‘사교육없는 학교’가 됩니다. 정확하게는 ‘사교육없는 학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