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애인은 늦게 알아도 된다?
장애인 정보격차해소 정책 이관 반대
눈을 감거나 귀를 막아보라. 아니면 다리를 한쪽 묶어보아도 좋다. 이른바 ‘장애 체험’을 해 보면 세상이 갑자기 얼마나 좁아지는지, 행동반경이 얼마나 제약되는지 알 수 있다. 평소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보도 힘들여 얻어야 한다. 그 좁은 세상에서 방송통신은 장애인에게 넓은 세상을 알려주는 커다란 창문이다. 유일한 창문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창문마저 흐리고 더럽다면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애인 등 소외층 정보격차 해소업무를 행정안전부에 넘기겠다는 발표가 바로 그런 꼴이다. 현대 사회는 방송과 통신이 떨어질 수 없이 엮여 있고, 생활에 필요한 정보의 상당량이 방송통신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정보격차 해소업무를 행정안전부에 넘긴다면 과연 행정안전부가 방송통신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위험사회다.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장애를 가진 누구라도 장애에 제약받지 않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보격차 해소업무를 행정안전부에 넘기겠다는 발상은 장애인이나 다른 소수자를 일부 계층으로 축소하고 행정적 관리대상으로 보는 구시대적 발상의 소치다.
진보신당은 장애인과 다른 소수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싶다. 장애인이 길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현장부터 이른바 ‘잘 나가는 직업’까지 골고루 취업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장애인 CEO, 장애인 증권 애널리스트 등이 낯설지 않은 사회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원활한 정보 습득은 필수적이고, 정보 습득을 위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격차 해소 업무를 이관해서는 안 된다.
2008년 3월 28일
진보신당 대변인 송 경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