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입법-행정-사법이 담합한 새로운 ‘재판거래’
- 휴일근로 중복할증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비판
오늘(6/21) 대법원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아 통상임금의 1.5배가 아닌 2배의 임금을 지급해달라며 성남시 청소노동자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노동자인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구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논리다. 이는 정부가 취했던 잘못된 행정해석을 대법원이 수용한 것으로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휴일연장근로에 대한 노동자의 가산임금은 정부의 위법적인 행정해석에 의해 뜯기고, 지난 2월 국회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법률적으로 삭감되더니,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법적으로 약탈당했다. 임금 갈취라 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가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상한제를 입법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일이 7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구 근로기준법이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고, 정부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니다’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해왔다. 성남시 역시 이에 근거해 휴일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1주일이 7일이라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인류의 관행이며, 평일의 소정 근로시간을 모두 마친 노동자에게 휴일 노동은 새로운 노동시간의 시작이 아니라 평일 노동의 연장일 뿐이라는 사실 역시 생체학적으로 자명한 진실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해서 1주일이 7일이 아니라는 해석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 행정해석 폐기를 공약해놓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국회의 법률 개정에 맡겼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어느 정도 분명해졌지만, 정부가 그렇게 한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 원고 승소라는 상식으로 귀결될 것을 막으려 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마땅히 잘못된 행정해석을 부인함으로써 사법의 권위를 세워야 했지만, 법률 위반 행정해석에 사법적 규범력을 부여하는 우를 범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로 인해 과거 평일 소정근로를 마치고 휴일노동까지 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장가산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 노동에 대해서는 8시간을 초과한 노동에 대해서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입법부 역시 기존의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후퇴시키는 개악에 가담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로 인해 이례적으로 지연되기까지 한 사안이다. 휴일노동 중복할증에 관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이르는 전체 과정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한통속으로 노동자가 받아야 할 임금을 사용자에게 갖다 바친 행위다. ‘재판거래’가 박근혜와 양승태 사이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어났다. 다만 ‘합법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2018년 6월 21일
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