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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여성위원회,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 공동 성명]


한국 사회 진보정당들의 치열한 여성주의적 성찰을 촉구한다 

- 정의당 ‘중식이 밴드’ 사태에 부쳐 -



지난 3월 29일 ‘중식이밴드’와 정의당의 총선 테마송 협약 이후, 해당 밴드의 음악이 과연 ‘청년’을 대표하는가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되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31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여성혐오 가사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시인하고, “섬세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면서도 “협약 철회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 성평등 인식과 감수성을 재고할 기회를 잃나

논란이 지속되자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4월 2일 당원게시판을 통해 ‘중식이밴드 논란에 대한 여성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며, 여성위원회로서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한 부분을 적시해 사과했다. 또한 좀 더 예민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에 대하여 당 내외의 비판을 수용하고, 그러한 비판을 성평등 감수성과 소수자 감수성 향상의 계기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당내 성평등 인식과 감수성을 높이는 데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는 여성위원회의 입장문은 논란의 해소에 기여하지 못했다. 정의당 당원게시판에는 여성위원회를 공격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왔고, 중앙당은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침묵으로 응대 중이다. 그 사이 게시판에는 또다시 이해하기 어려운 비아냥거림과 적대적 표현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을 거름으로 사용하는 민주주의 정치는 어디로 갔나. 

진보정당이라 해서 항상 정치적으로 옳은 판단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대한 ‘충분한 숙고’는 어렵다. 노동당과 녹색당도 늘 깨어있고자 노력하지만, 문제가 벌어진 다음에야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그 결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뒤늦은 깨달음은 종종 당을 더 성숙하게 하는 일에 쓰인다. 정당은 사람들의 비판 속에서 성장하며, 비판을 거름으로 사용할 때 더 정의로워질 수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이 민주주의란 말인가. 

노동당 여성위원회와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는 정의당과 중식이밴드의 협약보다 이후 당 내외 논쟁을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의당 중앙당의 모습에서 참담함을 느낀다. 게시판에 쌓여만 가는 당원들의 몰성적 발언과 여성위원회에 대한 공격, 성찰을 생략한 일부 당원들의 과격한 언사들은 과거 정의당의 모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우리는 절망하지만, 그 절망은 중식이밴드의 노래가 아닌, 반성과 비판에 비아냥과 적대감으로 답하는 일부 정의당 당원들의 정서와 그것을 묵과하는 정의당의 무책임한 모습에서 비롯된다. 정의당 대표단은 '정의당은 페미니즘 정당이 아니다'라는 단언, ‘인간 이전에 성평등이란 말인가?’라는 반문 등 정의당원들의 반응에 진지한 답신을 해야 한다. 


정의당 여성위원회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정의당의 침묵으로 지켜지는 것이 4․13 총선 득표율일 리 없다. 우리는 “예민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놓친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을 수용하고, 비판을 토대로 더욱 성평등한 감수성, 소수자의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정의당 여성위원회의 입장문에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또한 정의당이 이번 일을 시작점 삼아, 한국사회 내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해 성찰하기를 바란다. 친밀한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는 여성이 최소 이틀에 한 명이라는 현실을 ‘긴박한’ 문제로 감지하기를 바라고, 중식이밴드에게는 선거 이후 리벤지포르노 근절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논란을 넘어 대안과 희망으로 연결되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한 중앙당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더불어 이를 계기로 한국사회의 진보정당들이 더욱 치열하게 여성주의를 고민하고, 성찰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노동당 여성위원회와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는 정의당을 비롯한 한국 사회 내 진보정당들의 여성주의 감수성 회복에 초당적 연대를 이어갈 것을 약속한다.  


2016년 4월 5일

노동당 여성위원회,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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