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슈 / 논평
420Artboard 1@4x-100.jpg


[논평]
장애인차별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이하여


국가는 오랫동안 장애인을 우리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장애인의 몸과 존재에 끊임없이 낙인찍었다. ‘정상’이라는 기준을 설정해놓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존재들은 최소한의 인권 역시 보장받지 못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의 등급을 매기고, 장애를 갖고 있는 시민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회피했다. 장애인차별을 철폐해야한다고 외쳐온 이들은 4월20일에 국가의 시혜적 시각이 담긴 ‘장애인의 날’ 대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 이름 붙였다.

차별이 시정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늘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축사를 했다. 그는 사회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장애인에 대한 공공의 정책과 민간의 자세’를 언급했다. 여느 때와 같이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면서 장애인차별의 문제를 개인 태도의 문제로 축소하여 보는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차별적인 태도를 가능하게 했던 국가의 정책을 포함한 구조의 문제를 외면하며 장애인을 ‘시민’의 영역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지난 4월 4일, 국가재난으로 명명된 강원도 고성, 속초의 산불 속에서도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었다. 여러 방송사에서 재난방송을 진행했으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을 제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처럼 지진 및 산불과 같이 대피가 필수적인 재난상황에서 장애인은 언제나 고려대상 밖이었다. 장애인은 재난 중에도, 일상에서도 배제되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제공받지 못한다.

지난 2월,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학대가 있었음이 고발되었다. 시설의 생활재활교사가 장애를 갖고 있는 거주인끼리 폭행을 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촬영해 욕설과 조롱이 섞인 영상을 타인들과 돌려보는 등의 인권침해가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 및 오산시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설 내에서 수없이 일어났던 시설거주인에 대한 폭행 및 학대, 금품갈취, 강제노동 등의 사건이 잠깐 공분을 샀다가 이내 가라앉았던 역사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확정되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루어지는 포용사회’라는 비전에 입각하여 ‘장애인등급제폐지’ 등을 시행할 것이라 발표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정책에 대한 실현 의지는 예산확보로 확인되는 것인데, 정부는 장애인등급제폐지와 장애인거주시설의 폐쇄를 위한 예산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장애인을 포용하겠다는 정부의 빈말에 분노한다. 장애인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그대로인데, 개인 및 사회의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리 만무하다.

장애인을 낙인찍고 격리했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인수용시설이 폐쇄되어야 한다. 또, 재난상황을 포함하여 모든 일상에서의 정책에 반드시 장애인이 포함되어야 한다. 노동당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고 배제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질 때까지 투쟁하는 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2019년 4월 19일
노동당


서비스 선택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1. [논평] 이유있는 신뢰도 꼴찌 '국회' -단 한번이라도 국민을 위해 온몸으로 싸운 적이 있었나?

    Date2019.04.26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2. [논평] 안전한 핵은 존재한 적이 없다 - 체르노빌 참사 33주기에 부쳐

    Date2019.04.25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3. [논평] 명확한 탈핵로드맵과 정부의 의지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부쳐

    Date2019.04.24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4. [논평] 이제는 정리해고를 폐지해야 할 때 -4,464일 콜텍 투쟁 승리를 기억하며

    Date2019.04.23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5. [논평] 장애인차별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이하여

    Date2019.04.19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6. [논평]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 우리의 주장은 달라질 수 없다

    Date2019.04.16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7. [논평] ‘낙태죄’ 폐지! 우리가 이겼다! 새로운 사회로의 도약을 시작하자!

    Date2019.04.11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8. [논평] 진정 새로운 길은 무엇인가? - 남, 북, 미의 대담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Date2019.04.11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9. [논평] '낙태죄' 폐지, 모두를 위한 새로운 사회로의 시작 - 카운트 다운! 4월 11일 헌재 '낙태죄' 폐지 위헌 선고를 앞두고

    Date2019.04.10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0. [논평] 4.3 항쟁 71주기에 부쳐 - 4.3 항쟁 기억하겠다는 정부, 제주에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개발 사업을 멈춰라

    Date2019.04.03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1. [논평]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시간주권과 임금을 빼앗는 것 -문재인정부와 국회는 탄력근로제 등 노동개악 추진을 멈춰야 한다

    Date2019.04.02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2. [논평] 겉으로만 노동존중? -문재인 정부는 ILO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비준하라-

    Date2019.03.29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3. [논평] 국민의 표를 볼모로 잡는 정치협상을 멈춰라. -모두의 표를 존중하는 평등한 선거에 관하여-

    Date2019.03.25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4. [논평] 누가 그들의 성범죄를 도왔나?

    Date2019.03.13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5. [논평] 끝낼 수 없는 재앙, 후쿠시마. 문제는 '핵' 이다. -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8주기를 맞아

    Date2019.03.11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6. [논평] #미투,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에 응답하라! - 111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Date2019.03.08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7. [논평] 아쉬운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 비관은 섣부른 판단이다.

    Date2019.03.01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8. [논평] 3.1운동 백주년에

    Date2019.03.01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19. [논평] 사회적 갈등을 만든 것은 국가다. - 문재인 정부의 3.1절 특면사면 발표에 부쳐-

    Date2019.02.28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20. [논평]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페미니즘 무장한 20대 여성은 집단이기주의" 망발에 대하여 [2]

    Date2019.02.28 Category논평&성명 By대변인실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