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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게재


사교육비 경감 대책? 청와대부터 바꾸세요!

‘재탕삼탕’ 잔반 모듬메뉴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데, 웬지 측은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90603

 

 

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합니다. 지난 5월 21일의 초안 이후 13일 만입니다. 원래는 5월 28일로 일주일 정도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연기되어 이 정도입니다. 그래도 2주일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수차례 발표회 및 토론회, 그리고 교과부내 정책토론회 등의 논의를 거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안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20쪽짜리 초안이 31쪽짜리 최종안으로 절반 이상 페이지가 늘었지만, 보충 설명이나 수치들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물론 ‘영어교육의 질 제고 및 격차 해소’라고 명명된 부분은 새롭습니다. 그러나 이미 익숙한 ‘영어공교육 강화’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듬 메뉴를 주문했는데, 잔반으로 ‘재탕삼탕’한 음식이 나옵니다

 

정부 대책의 요지는 △학교자율화 확대, △교과교실제 도입, △교원평가 실시, △영어공교육 강화, △대입 입학사정관제 확대, △외고 입시의 지필고사 및 경시대회 수상실적 반영 금지, △과학고 입시의 입학사정관 및 과학캠프제도 도입, △기출문제 공개, △사교육없는 학교 추진, △방과후 학교 강화, △학원 교습시간 시도 자율로 단축 유도, △온라인 사교육 수강료 제한, △학원 불법 탈법 운영 신고포상금제, △교육정책의 사교육 유발 영향평가 도입 등입니다. 대충 제목만 나열했는데도 많습니다.

그러나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밥상을 차렸다고 해서 푸짐한 건 아닙니다. 며칠동안 먹었던 음식들이 또 나오면 지겹기만 합니다. 교과부는 학교자율화 확대한다고 하는데, 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교과교실제, 영어공교육 강화, 사교육없는 학교, 방과후 학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발표는 일종의 ‘종합대책’인데, 새로운 건 별로 보이지 않고 이미 나온 내용이 태반입니다. 밥상 위에 모듬 메뉴가 놓여있지만, 잔반으로 재탕삼탕한 음식 일색인 셈입니다.

실효성은 어떨까요?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도 간단한 사고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학교자율화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학교자율화가 확대되지 않아서 그동안 사교육비가 늘었다”가 되겠습니다. 이게 맞는 걸까요? 교과교실제나 기출문제 공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관점은 ‘공교육 경쟁력 향상’이나 ‘학교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보다 나은 공교육’을 만드는 그림입니다. 이거 가능합니다. 학원보다 더 학원처럼 운영하면 됩니다. 학원이 2년 선행학습하면, 학교자율화 확대되는 거 활용해서 학교는 3년 선행학습합니다. 학원이 서울대반이나 연고대반 운영하면, 학교는 서울대 경영대반 등으로 더 쪼개면서 포기반을 더 늘립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까요? 학교들이 3년 선행학습하면 학원에 아이를 보내지 않을까요?

사교육비의 공식 통계는 2008년 2월부터 발표되었기 때문에, 데이터는 2007년과 2008년 두 개입니다. 여기에는 사교육비 총액과 같은 숫자도 들어있지만, ‘사교육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의식 조사도 있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조사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했습니다. 좋은 일자리과 좋은 대학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사교육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특목고 검문소가 추가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돈들여 조사한 결과에 근거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자리, 좋은 대학, 특목고의 좁은 병목구간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이라면, 병목을 늘리던가 아예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 뿐입니다.

 

일자리, 대학, 특목고 3곳 중 한 곳도 손 대지 않습니다

 

학원에 보내는 일반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태어나면 영어를 시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특목고와 자사고 대비 학원에 보냅니다. 민족사관고를 노리다가 안 될 것 같으면 과학고, 외고 순으로 눈높이를 낮춥니다. 고등학교 들어가면 일류대 대비 사교육입니다. 중간중간 어학연수나 조기유학을 가고, 경시대회에도 나갑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기웃거립니다. 옆집 엄마는 어떻게 하는지, 다른 학원은 무엇을 하는지 살핍니다. 그리고 남보다 더 나은 걸 찾습니다. 남하고 똑같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병목현상입니다. 해법은 도로를 아예 없애거나 늘리는 겁니다. 지난 2007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영어몰입교육 공약을 발표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자사고 확대와 관련하여 “6개만 있으니까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라고 발언합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6개 뿐이니, 자사고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미입니다. 맞습니다. 길을 넓혀 병목구간을 해소하는 일반론이기에 맞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왜 고등학교 단계에만 써야 할까요. 자사고나 특목고, 영어 등은 모두 일류대와 좋은 일자리를 염두에 둔 것이니, 대학 단계나 일자리 단계에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편으로 살펴봐야 할 지점은 6개 자사고가 없었을 때의 상황입니다. 자사고가 지정된 2002년 이전에는 자사고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사교육을 줄이고 싶으면, 일자리, 좋은 대학, 특목고 등 3가지 병목구간에서 길을 넓히거나 아예 길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길 넓히기와 없애기 중에서 무엇이 적절한 방향인지는 해당 구간의 취지로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졸업생의 30%만이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외국어고등학교가 과연 본래 목적에 부합하느냐로 접근하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특목고는 동일계열 진학으로 특성화된 구간으로 만들면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대학이나 일자리는 길을 넓히는 등의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 어디에도 손대지 않습니다. 학벌과 대학서열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특목고는 입시제도를 고치겠다고 하나, 이미 수도권에서 하고 있는 ‘지필고사 금지’를 대책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학생을 어떻게 뽑느냐는 ‘제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목고 병목구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말입니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에 미치지 못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좋은 일자리 확대는 실패했습니다. 좋은 대학 확대도 정권 초기 국공립대 통합전형 및 공동학위제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반발로 좌초되면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특목고는 참여정부 시기에 늘어 특목고 진학열풍을 부채질했습니다. 하지만 국공립대 통합전형으로 대학에 손을 대려고 했던 것처럼, 참여정부 말기에는 특목고에 손을 댔습니다. 실태조사를 하고 신설을 유보하고 특성화학교로 전환하려는 등 나름의 방안을 강구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는 ‘좌초된 시도’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사교육비를 부추깁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릅니다.

 

학원 심야교습 금지, 물 건너갑니다

 

사교육비와 관련한 관심은 지난 4월말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학원 심야교습 금지’ 발언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하겠다는 심야교습 금지는 정부여당의 반발을 거치면서 하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번 정부 대책은 그 결말입니다. 초안에서는 “학원 교습시간을 시도 자율로 단축 운영하도록 유도”라고 밝힙니다. 최종안, 즉 정부 대책은 초안에다가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협의 추진”을 추가합니다.

안 한다는 뜻입니다. 시도교육감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시도교육감 협의회가 결정하여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교육감 협의회의 회장은 공정택 서울교육감이고, 공 교육감은 심야교습을 금지하기는커녕, 교습시간을 늘리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 등 실세들이 추진했던 것은 ‘시도에서 알아서’가 아니라 학원법 개정을 통한 전국적인 룰 마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교과부와 청와대 차원에서는 학원 심야교습이 물건너 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학원 심야교습 금지가 실효성을 떠나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린 상황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절반’ 슬로건이 진심이었는지 빈말인지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한편으로는 측은합니다. 실세라고 불리던 인물들이 말했는데, 여당 의원과 정책위 의장 그리고 교과부 장관 등이 반발하고, 그렇게 ‘윗선’에서 갑론을박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결정권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지 않은 가운데, 실무진은 얼마나 눈치가 봐왔을까요. 그런 조직 치고 잘 되는 곳 본 적 없는데, 이번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먹음직스럽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사교육 유발 영향평가를 청와대부터 하였으면......

 

이번 대책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은 교육정책의 사교육 유발 영향평가 도입입니다. 환경영향평가와 유사하게 특정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전 사교육이 유발되는지 점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평가 결과,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정책효과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정책 시행을 보류한다고 합니다.

구미가 당깁니다. 다만, 소급적용하였으면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몰입교육, 학교자율화, 일제고사, 학교정보 공개, 국제중, 자사고, 고교 입시 부활, 외국교육기관 우대 등에 대해 사교육 유발 효과를 살펴보면 어떨까 합니다. 2007년 12월 당선 직후 증권가는 사교육 주식을 이명박 수혜주로 지목했는데, 그게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8년 집권 첫 해동안 사교육비는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청와대부터 시도교육청까지 무엇이 사교육을 유발했는지 꼭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이 사교육 경기에 바람을 불어넣는 거야 웬만한 분들은 다 알고 있지만, 국민과의 소통 거부는 기본이고 참모와도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답게 ‘나홀로’ 모르거나 모른 척 하고 있으니까요.

청와대가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 하려는 게 무엇이든, 그걸 하지 않을 때 사교육비 경감은 비로소 시작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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