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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교육원의 회보 <연대와 소통>에 실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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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열하게 끼어들기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이 의미하는 바와 그 효과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90314

 

 

이런 형태의 글은 거의 천편일률적입니다. 우선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교육의 흐름과 오늘에 비추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공포 분위기 조성도 끼어듭니다.

별로 재미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겹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떤 것인지는 다들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간 다르게 말해보겠습니다. 즐겨 사용하는 비유가 있는데, 그걸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웬만하면 자동차 운전하실 겁니다

 

요즘은 대부분 운전을 합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기도 하고, 주말 나들이 때 운전하기도 합니다. 면허는 있지만 차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로상황이나 가정경제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운전할 줄은 압니다.

저 또한 자동차를 몹니다. 살고 있는 곳이 경기도 수원이지만 일하는 곳은 서울이다 보니, 한동안은 출퇴근을 차로 했습니다. 기름값 등 유지비가 상당했지만, 사정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3단계입니다. 차로 근처 지하철역까지 간 다음, 지하철을 탑니다. 그리곤 다시 버스로 갈아탑니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사정이 바뀌다 보니, 나름대로 집안경제 등을 고려하여 바꾼 겁니다.

요즘이야 기껏해야 10분 정도 차를 모니 막히는 구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1시간 넘게 도시와 도시 사이를 건너 뛸 때에는 항상 만나는 병목구간이 있었습니다. 허비되는 기름, 피워대는 담배, 밀려드는 답답함과 짜증이 덤으로 딸려 왔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딱 이 꼴입니다. 전형적인 병목현상이 대학 들어가는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집 근처를 보면 뭐 저런 게 다 있었나 싶은 정도로 대학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대학의 문은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청소년보다 많습니다. 통상 한 학년의 수를 60만명이라고 말하는데, 대학의 정원은 65만명 수준입니다. 지금은 조금 줄어들어 희망자 58만명 대 정원 62만명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경쟁률로만 따지면, 미달입니다. 1대 1이 되지 않으니까요. 이건 원하면 누구나 대학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왜 대학입시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왜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는 걸까요.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병목구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학 중에서도 SKY 등 일류대에 진학하려고 하는 병목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고대, 연대 등 SKY는 1만명을 간신히 넘습니다. 주요 7대 대학까지 쳐도 2만명 수준입니다. 하지만 희망자는 58만명입니다. 58만명이 1만명이나 2만명 안에 들려고 하니까 병목구간이 발생하고 기름을 허비하고 짜증나고 그런 겁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재밌습니다. 하늘에서 헬기로 내려다보면 뭐하는거야 라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희망자수보다 대학정원이 많습니다. 이건 차량보다 도로가 넓다는 겁니다. 하지만 희망자가 원하는 일류대 정원은 적습니다. 이건 도로는 넓은데 모든 차량들이 단 하나의 차선만을 원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많은 자동차들이 다른 차선들은 비워놓은 채 오직 한 차선에 가기 위해 서로 끼어들기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물론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한국 대학의 도로와 차선은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도로와 다릅니다. 먼저 진입하고 난 다음에는 차선이동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부산대 학생이 창원대로 전학갈 수 없습니다. 가족이 창원 부근으로 이사가면 부산에 혼자 남아있거나 창원대 입시를 다시 봐야 합니다.

두 번째로 차선이 도달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어떤 차선은 저 멀리까지 갈 수 있는데, 다른 차선은 중간에 끊겨있습니다. 서울대와 지방대를 입학하는 순간부터 도달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물론 대학에 가느냐 가지 못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이건 학생의 능력이나 열의와 무관합니다.

세 번째로 차선에 진입하는 차량의 숫자가 어느 정도 되면 아예 차선을 폐쇄합니다. 서울대 정원이 3000명 수준인데, 그 다음부터는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모든 차량들은 단 하나의 차선으로만 몰립니다. 시간과 기름을 얼마나 쓰던 간에 그 차선에 일단 진입하려고 합니다. 끼어들기는 기본입니다. 양보운전을 했다가는 인생 망칩니다. 정부가 한 2007년과 2008년 사교육비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나 학생 모두 사교육비의 주요 원인으로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을 들었습니다. 사교육비라는 기름을 왜 허비하는지, 경쟁이라는 끼어들기를 왜 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소 엉뚱한 이명박 정부의 병목구간 해소법

 

병목현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하면 됩니다. 제일 좋은 건 좁은 도로를 넓히면 됩니다. 한국 교육의 희한한 병목구간에서는 차량들이 남아도는 차선들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면 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우회도로입니다. 그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를 타더라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 됩니다. 대학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능력과 의지가 있으면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면 됩니다.

2007년과 2008년의 사교육비 의식조사에서 학부모와 학생은 사교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벌을 따지는 취업관행과 대학서열이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좋은 일자리와 좋은 대학이 많아지면 된다고 답한 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다소 황당한 방법을 택합니다. 밀려드는 차선 앞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사전에 차량을 통제합니다. 일류대 차선에 앞서 자사고와 특목고 검문소를 최소 100개 설치하여 검문검색을 합니다. 그 앞에는 국제중이나 영어 검문소를 만들어 통제합니다. 이렇게 하면 일류대 차선의 병목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되긴 합니다. 하지만 꽉 밀리는 일은 자사고와 특목고, 또는 국제중과 영어 검문소에서 벌어집니다.

물론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모습입니다. 자사고, 특목고, 국제중, 영어는 결국 돈입니다. 1년에 천만원 이상 되는 돈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영어를 잘 하게 하려면 영어권 국가로 보내는게 제일 좋으니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합니다. 결국 영어부터 시작되는 하이패스 구간이 만들어집니다. 그것도 꽤 비쌉니다.

이건 다소 황당한 풍경입니다. 일반 도로에서는 운전만 잘 하면 티코가 에쿠스보다 앞에 갈 수 있습니다. 먼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의 도로에서는 모닝이 절대 에쿠스를 앞지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정환경에 맞게 차량을 구입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가는 큰 일 납니다. 무조건 에쿠스를 사야 합니다. 집안 경제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고급차를 일단 사야 합니다.

물론 아무리 비싸도 우리는 집을 팔건 파출부를 나가건 일을 하나 더 하건 간에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래서 보다 어린 나이에 더 치열하게 벌어지는 끼어들기의 장으로 기꺼이 아이를 이끌 겁니다. 아이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상관없이 돈이 만들어서 더 일찍 더 많이 학원에 보낼 겁니다. 일제고사에서 나쁜 결과를 보이면 더 다그치고, 영어를 못 하면 더 혼을 내고, 국제중이나 특목고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할 겁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시각은 재밌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자사고 100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당시 이명박 후보는 “지금 시범운영중인 6개 자립형 사립고들 때문에 부잣집 애들만 다니는 학교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6개만 있으니까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라고 말합니다. 병목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사고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한 겁니다. 이걸 정부 사람들은 ‘공급 확대’나 “수요가 있으니 공급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왜 자사고, 특목고, 영어에만 이 관점을 적용할까요. 부모의 눈에는 자사고, 특목고, 영어는 중간 정거장일 뿐입니다. 목적지는 대학이고 일자리입니다. 그렇다면 “수요가 있으니 공급한다”는 정책은 대학과 일자리 분야에서 추진해야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와 좋은 대학이 많아지면 사교육비와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찍이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한 정부답게 엉뚱한 곳에다가 ‘공급 확대’ 해법을 사용합니다.

 

치열한 끼어들기보다 양보운전이 더 낫습니다

 

달리다 보면 간혹 잔뜩 치장을 하고 헤드라이트와 미등에 손을 댄 차량을 만납니다. 보통 그런 차들은 이리저리 곡예운전과 과속을 합니다. 미쳤군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혼하기 전에 제가 그랬습니다. 보다 빨리 가려는 마음에 잦은 차선변경을 했죠.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는 앞차를 만나면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부터는 조금 변했습니다. 가급적이면 한 차선을 유지하려고 하고, 규정속도를 지키려고 합니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80km 국도에서 더 낮은 속도로 달리기도 합니다. 교차로나 골목에서는 먼저 들이밀기 보다는 양보운전을 택합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몸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과속하고 이리저리 곡예운전을 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30분 정도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기름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걸 경험해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하게 갑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치열하게 끼어들기보다는 서로 양보운전하는 것이 누이놓고 매부좋은 겁니다. 모두가 경쟁하는 것보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기름을 덜 먹는 길입니다. 요즘 널리 회자되는 핀란드 교육의 미덕이 ‘협동’인데, 이건 어떤 특별한 교육철학이나 투철한 교육관의 힘이라기 보다는 철저한 ‘실용주의’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기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병목구간이 발생하면 길을 넓히던가 우회도로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다른 차선도 차량이 갈 수 있도록 마음먹게 하던가 우회도로로 차를 돌리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일류대 차선보다 뒤처지는 다른 차선을 좋게 만드는 정책, 우회도로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야겠지요. 이걸 한두 마디로 말하면 ‘역차별’과 ‘지원’입니다. 그리고 다른 교육선진국의 최근 흐름은 이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인 흐름과 정반대입니다. 협동, 역차별, 지원이 아니라 보다 이른 나이부터 차별받고 경쟁하게 만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끼어들기를 하고 있는데, 더 치열하게 끼어들기를 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도로 위의 차량들은 더 뒤죽박죽 엉킵니다. 기름은 더 많이 허비됩니다. 우린 더 답답하고 연신 담배와 술을 찾겠죠. 어쩌면 도로가 제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노동자도 교육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사나 학부모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백번 옳은 말입니다. 친한 사람들에게는 월급여가 적으면 아이 교육은 가능성이 적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아예 대놓고 말합니다. 그래서 교육운동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노동자가 하는 교육운동이라는 것이 꼭 학교담장 안에서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부 교육정책만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교육운동입니다. 능력과 기여도가 아니라 학력과 학벌에 따라 임금이 차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바뀌면 교육문제의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이 없어지거나 차별이 해소되면 교육문제는 거의 다 풀린 거나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좋은 일자리와 좋은 대학이 늘어나면 사교육비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여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주면, 결과적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듭니다.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순간 교육문제와 사교육비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겁니다.

그러니 노동자가 하는 교육운동이라고 해서 꼭 학교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끼어들기라는 경쟁교육이 아니라 양보운전이라는 상호 이해와 협력교육이 가능한 환경은 노조와 노동운동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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