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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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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는 총장의 1인 왕국 건설?

서울대 법인화 방안 보고서를 보니... “국고 지원은 두 배로, 권한은 총장만”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90328

 

 

지난 23일 서울대 법인화위원회는 <서울대학교 법인화 방안 연구보고서(초안)>(이하 ‘보고서’)을 발표했습니다. 26일의 공청회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하였는데, 찬반 양론이 오고갔습니다.

언론은 대체로 찬성 분위기입니다. “총장직선제 폐지, 교수 연봉제 도입”을 법인화의 주요 방안으로 보도하면서 교수사회 개혁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고 칭찬들 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부분 자기 시각으로 보니까요. 특히 시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그럴 겁니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두 배로 늘려달라”는 기본 전제

보고서는 101쪽 분량입니다. 이걸 모두 짧은 지면에 다룰 수 없으니, 핵심만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전제는 서울대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을 두 배로 늘려달라는 겁니다. 이걸 해주면 법인화하겠다는 식입니다. 국가 지원에 대한 강조는 보고서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유는 다른 나라 주요대학에 비해 서울대 예산이 적다는 겁니다. 예컨대 2006년 서울대의 학생 1인당 예산은 3307만원으로, 하버드대 1억 4286만원, 예일대 1억 8421만원, 도쿄대 6672만원과 비교된다고 말합니다(50쪽).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물론 ‘서울대 교수님’들이 흔히 국제비교에 통용되는 구매력지수(PPP)가 아니라 단순 환율을 사용하여 의아하긴 하나, 넘어갑시다.

보고서는 서울대 예산이 적으니, ‘설립자 부담의 원칙’에 의거하여 국고지원을 서울대 한해 세입총액의 50%까지 늘려달라고 이야기합니다(36쪽). 지금은 25% 수준이니 두 배 정도 확충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이 역시도 일면 타당합니다.

하지만 왜 서울대만 그래야할까요. 타 대학이나 고등교육기관은 어쩌라구요. 보고서는 2006년 예산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니, 2006년의 다른 수치를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국가가 국립대 전부에 지원한 예산은 2조 4664억원입니다. 서울대는 12.6%에 달하는 3109억원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받은 대학은 부산대로 1812억원인데, 서울대의 절반을 약간 넘습니다. 나머지 대학들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국가의 지원에는 인건비, 기본경비, 시설비 등 경직성 경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걸 뺀 지원액만 살펴보면, 서울대는 전체 6587억원 중 1142억원(17.3%)를 받았습니다. 부산대의 692억원보다 역시 많습니다. 특히, 국립대 전체의 2단계 BK21 지원액 중에서는 43.1%를 독식합니다.

이렇게 보면 서울대는 군계일학입니다.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은 국립대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2006년 국립대가 2조 4천억원을 받을 때, 사립대는 고작 1976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국립대 지원액 중에서도 서울대가 두드러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나만 두 배로’를 말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넘버 원’ 대학으로서 앞으로 세계 초일류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가의 획기적인 재정지원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GDP 대비 0.59%로, OECD 평균 1.06%나 EU 평균 1.09%의 절반 수준인 거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액을 늘려라”는 목소리를 다른 대학과 함께 하는 그림도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대에는 더 주고, 그동안 적게 받았던 다른 대학에는 더 많이 주라며 형평성을 촉구하는 모양새도 있습니다.

최근 사립대학들은 사립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그런데 서울대는 ‘나만 두 배로’를 말하는군요. 이래서 일부에서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재정지원을 맞추기 위해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총장 1인 지배의 왕국 건설을 꿈꾸나

법인화되면 서울대의 운영은 어떻게 될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총장의 왕국’이니,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습니다.

현재 서울대의 최고 의결기관은 평의원회입니다. 하지만 법인화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38쪽). 이 때 이사장은 총장이 겸직합니다(36쪽).

그리고 양대 기구라고 할 수 있는 ‘재경위원회’와 ‘학사위원회’의 위원들은 모두 총장이 임명하고, 위원장은 총장입니다(39쪽). 최고 의사결정기구, 재정과 경영을 다루는 핵심 기구, 교육과 연구를 다루는 핵심 기구 모두 총장의 직접적인 영향력 안에 있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 따르면, 각 단과대학의 학(원)장, 학과 및 학부의 학과(부)장의 실질적인 임명권을 총장에게 주는 모양새도 있습니다(65쪽). 여기에 직원의 임명권도 총장에게 부여합니다(68쪽). 또한 교수들에 대한 평가는 ‘학사위원회’ 산하의 교수업적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는데(85쪽), 학사위원회의 위원장은 총장입니다.

이렇게 보면, 보고서가 그리는 서울대 법인화는 총장의 왕국입니다. 인사, 재정, 경영, 교육, 연구, 조직 등 주요 영역들을 총장의 손아귀에 쥐어줍니다.

도입한다고 하는 교수와 직원의 연봉제 또한 이 그림 안에서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쟁’을 염두에 두고 연봉제에 찬성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면 어떻게 될까요. 또한 기업 마인드로야 ‘경쟁’만 생각하겠지만, 교육과 학문의 장에서는 경쟁 뿐만 아니라 협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연봉제가 자칫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총장과 이사장의 눈 밖에 난 교수와 직원이 해직되는 풍경을 사립대가 아니라 서울대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장은 직선제를 유지하나 법인화 이후에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41쪽). 그런데 이사장은 총장입니다. 단임제가 아니라 중임제나 연임제를 허용하면,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사회에서 다음 총장을 선출하는데, 현 총장이 후보로 나오는 그림도 가능합니다.

보고서에는 적시되어 있지 않지만, 총장직선제에 대해 파벌주의 등으로 비판하는 여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파벌주의가 이유라면 총장직선제 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파벌주의는 투표권자가 적을 때 보다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꿀 것이 아니라 투표권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 전부와 직원 일부에게만 투표권이 있으면 직원과 학생 전부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논란이 여기저기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지금은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및 치과병원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회계의 통합운영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54쪽). 이렇게 되면 서울대 재정이 부족할 경우에 병원회계에서 돈을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병원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직원의 신분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비공무원 신분이 되는 이도 나올 것이고, 기존의 공무원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는 교직원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교직원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고서가 희망하는 대로 ‘정부 재정지원 두 배’가 불가능하면 어떻게 될까요. 기부금이나 각종 수익사업 등 자구노력도 한계가 있을텐데, 이렇게 되면 결국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물론 보고서는 등록금 인상을 가능한한 억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51쪽). 하지만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정부 재정지원을 두 배로 늘려달라고 말하면, 이명박 정부와의 마찰은 필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에는 재정 절감도 있으며, 더더군다가 부자감세 정부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법인화를 통해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6쪽)는 서울대가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장치에는 소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 확대, 생활복지시설 확충, 박사후 연구원 증원 등은 언급하고 있으나, 시간강사들에 대한 당장의 처우 개선은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전임교수를 현재의 1998명에서 3000명으로 증원하는데, 외국인 교수를 21명에서 900명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내국인, 그러니까 한국의 학문후속세대에게는 증원분 1002명 중 123명의 자리를 주는군요.

 

대학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설립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국립대는 국가가, 사립대는 재단이 충분히 지원해야 합니다.

동시에 대학은 학문공동체의 그림이어야 할 겁니다. 외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지니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자유로우면서도 나름의 권한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의사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정책을 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울대가 그리는 법인화도 비슷한 문제의식입니다.

하지만 법인화를 계기로 일본처럼 이명박 정부가 재정지원을 점차 줄이면 어떻게 될까요. ‘National’이라는 국립 명칭은 사용하겠지만, 사실상 사립대가 됩니다. 등록금이 올라 ‘국립대’ 메리트가 하나 사라지겠죠. 또한 총장의 왕국으로 귀결되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 원리에는 부합할 겁니다. 상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자율권은 오너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대학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학은 시장이나 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게 과연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교육경쟁력을 제고하는 유일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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