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료

정책 / 정책자료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학교가 학생 성적의 90%를 결정한다"고 몇몇 언론이 한 논문을 인용하여 보도했는데요.
그것에 대한 메모입니다.  

-----------------

 

한국 언론, 노벨교육상을 받나

학교격차를 학교효과로 해석하다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81024



□ 23일(목) 주요 언론, “학교에 따라 성적이 달라져”나 “학교성적 향상, 학교가 90% 좌우” 등의 기사를 보도함.

◦KEDI 김양분 박사의 “학생들의 학업성취 성장에 관한 중학교 효과” 논문 인용

◦기사 내용에서 언론사간 차이는 없음. 대부분 “김 박사팀의 분석 결과 수학과목은 중1 학생들의 성적 결정 요인 중 학교 비중이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이 3학년에 이르렀을 때 성적 향상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은 88.7%에 달했다. 입학할 때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이가 크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어떤 학교를 다녔느냐에 따라 학생의 성적 향상 여부가 결정됐다는 뜻이다” 형태임.

- 영어과목은 수치가 각각 30.8%와 51.8%임

◦일부 언론에서는 여기에 ‘평준화’까지 거론함. 평준화에 비판적인 자사 시각을 추가. “교육평준화는 신기루?”가 가장 극단적인 사례


※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 언론은 노벨교육상을 받아야 함(물론 노벨교육상은 없음)

◦기사는 ‘학교효과’를 말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학교효과의 수치가 90%로 나온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단 한차례도 없었음. 따라서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실로 획기적인 일.

- 일반적으로 학교효과는 굳이 수치화한다면 10~30% 수준. 학업성취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생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SES)


□ 언론의 오독

◦김양분 박사의 논문에는 학교효과의 수치가 없음.

◦수학 20%와 88.7% 수치, 영어 30.8%와 51.8% 수치는 학교효과가 아니라 학교격차를 의미하는 것임. 엄밀하지는 않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음.

- 수학 과목

 

ㄱ 중학교

ㄴ 중학교

격차

중1

    60점

72점

20%

중3

67.548점

76점

 

점수향상(중3-중1)

7.548점

4점

88.7%


- 영어 과목

 

ㄱ 중학교

ㄴ 중학교

격차

중1

    60점

78.5점

30.8%

중3

63.036점

80.5점

 

점수향상(중3-중1)

3.036점

   2점

51.8%


◦김양분 박사의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음(첨부자료의 17쪽).

“학교 내 학생 간 성장에 대한 분산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반면 학교 간 평균 학생 성장에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그 결과만을 고려할 때 학생 성장에 있어서 학교 간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학교 내 학생 간 임의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나 <표 2>와 <표 3>의 모형 1에서 제시한 분산 성분 추정치를 기반으로 초기 값과 성장률 각각에 대하여 학교 간 분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산출하였다. 즉 학교 수준 분산을 전체 분산으로 나준 결과, 수학과의 경우 출발점 값은 20.0%(2,232.8/(2,232.8+1,558.3)), 성장률은 88.7%(68.7/(68.7+8.7))로 각각 나타났으며, 영어과의 경우 출발점 값은 30.8%(702.1/(702.1+1,576.8)), 성장률은 51.8%(52.1/(52.1+56.1))가 학교 간 분산으로 설명되어진다.”

- 성적 차이는 학생들 사이와 학교들 사이에서 나는데, 학교들 사이의 성적 차이가 이 정도 비율이다 라고 이해하면 됨.


※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교육개발원의 종단연구 결과를 분석해보니, 중학교 사이에서 학교격차가 존재한다. 1학년 때(출발점)의 차이도 있고, 3년 간의 점수 향상 정도(성장률)도 다르다.

◦논문에서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히고 있으나, % 형태로 수치화하지 않았음. 즉, 학교격차가 어떠한 요인들이 각각 몇 % 영향을 미치는지 언급하지 않았음. 대신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위주로 밝히고 있음. ‘학교효과’의 하위 요인 중에서는 △학생의 수업태도에 대한 교사의 인식, △지역(서울이냐, 광역시냐, 중소도시냐, 읍면지역이냐)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옴. 그 외 학교의 성취 압력이나 학교 평균 사회경제적 배경 등 다른 요인들은 영향력이 없음.


□ 제언

◦학자의 논문은 논문의 의도 및 전체 내용에 근거하여 읽어야 함. 논문 작성자 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에게 자문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음.

◦오독하여 보도하면, 해당 학자의 논문이 지니고 있는 의의가 퇴색될 수 있음.

- 김양분 박사의 논문은 종단연구 결과에 바탕하여 학교격차 및 그 원인을 살펴보았다는 의의가 있음. 그동안 횡단연구는 많았지만, 종단연구는 매우 드물었음.

- 언론사의 시각에 따라, 또는 정치적 시각에 따라, 특정 논문을 언급하는 것은 자칫 해당 학자의 향후 연구 의욕 및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첨부: 김양분 박사의 논문

---------------------

 

학교가 학생 성적을 좌우한다고?

노벨교육상 수상이 유력한 한국 언론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81025



23일 여러 언론에서 가히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보도한다. 학교가 학생성적을 좌우한다는 기사다.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박사팀이 23일 내놓은 ‘학생들의 학업성취 성장에 관한 중학교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05년부터 시작된 한국교육종단연구 결과 학생의 성적 향상에 학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9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90%란다. 이쯤 되면 학교가 학생의 성적을 결정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뒤이어 섹시한 제목들이 등장한다.


학생 성적 향상 학교가 90% 좌우 (한국경제)

학교 교육역량에 따라 학생성적 차이 극명 (노컷뉴스)

교육개발원 “학교에 따라 학생 성적 달라진다” (MBC)


그러면서 나름의 시각을 덧붙이는 곳도 나온다. 주로 평준화에 비판적인 시각들이다.


고교평준화는 신기루? (머니투데이)

“좋은 중학교 가야 성적도 오른다” 한국교육개발원 “평준화 체제서 교육역량차 존재” (해럴드경제)


가관이다. 하긴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성적과 진학을 결정한다는 이 땅에서 사실은 학교가 결정한다는 연구결과이니, 기사거리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확대 해석하면 계층에 따른 교육양극화란 허상에 불과하며, 모든 건 학교와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지 않은 탓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언론, 노벨교육상 받아야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땅의 언론은 노벨교육상을 받아야 한다. 1966년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결과 이후, 지난 40여년간 전세계를 지배해왔던 “아이의 성적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는 말을 일거에 뒤업는 쾌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벨상에는 교육 분야가 없다. 그래서 언론들이 수상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도 있다. 언론은 김양분 박사의 논문을 오독했기 때문이다.

논문에 대해 기사들은 주로 수학 성적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체로 “수학교과의 경우 입학 전후인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성적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이 20%였지만 이들이 3학년이 된 뒤 성적향상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은 88.7%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논문의 실제 내용은 조금 다르다.


학교격차를 학교효과로 재해석하는 신묘한 솜씨


20%와 88.7%는 성적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학교 비중, 즉 학교효과가 아니다. 이들은 일종의 학교격차다. 논문에서 이 수치들은 “… 학교 간 평균 학생 성장에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그 결과만을 고려할 때 학생 성장에 있어서 학교 간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학교 수준 분산을 전체 분산으로 나눈 결과, 수학과의 경우 출발점 값은 20.0%, 성장률은 88.7%로 각각 나타났으며, 영어과의 경우 출발점 값은 30.8%, 성장률은 51.8%가 학교 간 분산으로 설명되어 진다”라는 대목에서 발견된다. 성적이 학생들 사이와 학교들 사이 등 두 측면에서 차이 나는데, 학교들 사이의 성적 격차가 이 정도 비율이라는 의미다.

김양분 박사의 논문에 나와있는 숫자들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게 사례를 임의로 만들면 대충 이런 식이다.


<표 1> A중학교와 B중학교의 평균 수학 성적

 

A 중학교

B 중학교

격차

중1

    60점

72점

20%

중3

67.548점

76점

 

점수향상(중3-중1)

7.548점

4점

88.7%


A중학교의 1학년 평균 수학 점수는 60점이다. B중학교는 72점이다. 둘 사이의 격차는 12점으로 20%(12점÷60점)다. 그러니까 출발점에서 두 학교는 20%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3학년이 된 후 1학년 때와 점수를 비교해보니, A중학교는 7.548점, B중학교는 4점 올랐다. 격차는 3.548점으로 88.7%다. 즉 성장률에서 88.7%의 학교간 차이를 보이는 거다. 여기에서는 수학 과목을 예로 들었는데, 영어 과목도 마찬가지다.


%로 된 학교효과의 수치는 없다


물론 논문에서는 원인을 살피고 있다. 1학년 성적과 향상된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본문에 %로 된 수치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학교효과의 하위요인들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학교 평균 사회경제적 배경, △학생 수업태도에 대한 교사의 인식, △광역시나 읍면지역 등 학교 소재 지역 등 3가지 요인은 일부 영향력을 보이나, △교수 관련 협동, △직무 관련 협동은 어떠한 영향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성취 압력이 성장률에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온다. 학교에서 공부를 강조하는 게 자칫 성적이 오르는 걸 늦출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논문에서는 ‘학교효과 90%’를 발견할 수 없다. 학교간 격차나 학교간 성적 향상의 차이는 볼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은 이걸 마치 학교효과인양 보도한다. 노벨교육상이 아니라 노벨오보상을 수여해야 한다.


논문 보도할 때는 다른 학자의 자문을 받았으면


지나가다가 처음 보도를 접했을 때에는 ‘오’ 했다. 세계 교육학계에 길이 남을 결과였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학의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 “이상하다. 10~30%도 아니고, 어떻게 학교효과가 90%나 나오지?”라고 의구심을 갖기는 했다.

그래서 김양분 박사께 논문을 구해 살펴본다. ‘설마’는 설마였다. 논문의 문제가 아니라 논문을 보도한 언론이 문제였다.

물론 기자들의 생활세계도 얼핏 알고 있기에 마냥 언론만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논문이나 연구결과를 보도할 때에는 논문 작성자 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의 자문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는 건 어떨까. 임박한 마감 등이 앞을 가로막고 있겠지만, 그래도 정확한 보도가 오독이나 오보보다 낫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야 학자의 연구 결과가 왜곡된 가운데 이야기되고 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김양분 박사의 논문을 가지고 평준화 어쩌구 저쩌구 말하는 ‘소설쓰기’가 당최 뭔 일인지 의아하다. 덕분에 종단연구 결과를 가지고 학교간 격차와 그 원인을 살펴본 의미있는 논문이 제 대접을 못 받으면 어쩌려구 저러는지......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왜들 이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오바마, 일제고사 폐지와 대학 무상교육을 말하다 1 file 송경원 2008.11.11 5614
182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개정 과정에 대한 정리 file 진보신당 2008.11.04 5276
181 [교육 원고] 국제중 500개가 더 필요하다 4 file 송경원 2008.11.01 5054
180 2009 정부 보건복지예산안 분석 1 file 좌혜경 2008.10.31 6208
179 [교육 원고] 5천만원만 있으면, 국제중학교를 세울 수 있습니다. 1 file 송경원 2008.10.29 5057
» [교육 자료/원고] 학교가 학생 성적의 90%를 결정한다고? file 송경원 2008.10.25 4785
177 [프리젠테이션] 감세반대 지역설명회 - 경남편 1 file 진보신당 2008.10.22 5450
176 [교육 원고] 날로 먹는 일제고사 송경원 2008.10.21 4995
175 [교육 원고] 국제중에서 구린내가 나네요. 3 file 송경원 2008.10.20 4990
174 [진보신당 정책보고서] 감세 모두에게 남는 장사인가 file 진보신당 2008.10.20 5714
173 [교육 자료] 2000년 이후 선거법이나 뇌물수수 등으로 중도하차한 시도교육감은 21.2% 2 file 송경원 2008.10.14 4969
172 [교육 원고] 일제고사의 힘, 휴일날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 보게 하다!! 1 file 송경원 2008.10.13 4993
171 [정책 브리핑] 식약청의 수입식품 현지 실사 실효성 없어. 2 file 강은주 2008.10.13 5569
170 [정책논평]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 서민의 삶을 위협할 것 5 강은주 2008.10.10 7301
169 [교육 자료] 일제고사 관련 교육부 답변 1 file 송경원 2008.10.10 5557
168 [정책브리핑] 중국산 수입식품 문제 심각 file 강은주 2008.10.09 6549
167 09년 예산서상 지방교부세 증가에 대한 해설 file 정책팀 2008.10.08 5716
166 [교육 원고] 일제고사? 아직도 암기한 걸 뱉어내는 나홀로 시험인가! file 송경원 2008.10.08 6175
165 [교육 원고] 명박 왈, 배우고 때때로 일제고사 보면...... file 송경원 2008.10.06 5204
164 [10문10답] 일제고사 완전정복 6 file 진보신당 2008.10.02 6245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