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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설립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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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강남교육장, 부자의 욕구만 챙기다

경쟁률 358 대 1의 국제중 세우면서 사교육 걱정말라고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80823

 

 

착시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은 결국 국제중 설립 계획을 <특성화중학교 지정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그 제목 바로 위에는 ‘Vision 2010 행복․감동․보람 주는 세계 일류 서울교육’라는 문구가 써있는데, 처음에는 ‘강남 Vision 2010, 부자에게 행복․감동․보람 주는 서울교육청’으로 읽었다.

그 순간 또다시, 즐거워서 웃기도 하지만 웃다보면 즐거워진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한다. 서울시교육감이라는 어엿한 공식 직함을 놔두고, 얼마나 ‘강남교육장’이라고 되뇌였으면 글자마저도 헛것을 보았을까 하고 자문한다. 그래도 완전 잘못 읽은 건 아닌 것 같으니 너그럽게 넘어가리라 믿는다.

 

경쟁률 358 대 1의 야바위?

서울시교육청의 계획대로 한다면, 당장 오는 11월부터 대원국제중학교와 영훈국제중학교에서 각각 160명을 선발하게 된다. 서울의 초등학생만 응시할 수 있으므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경쟁률은 358 대 1 정도이다.

물론 분기별 수업료가 120만원이니, 1년 수업료는 480만원이다. 여기에 학교운영지원비나 급식비, 각종 학부모부담경비 등을 합하면 1천만원을 훌썩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학교는 아니다. 성적도 되어야 하고, 자가용도 2대 이상 굴리는 집의 아이들이 주로 응시하지 않을까 한다. 그럼 30대 1에서 50대 1 정도 되겠다. 웬만한 대학 경쟁률이 부럽지 않다.

그런데 선발전형이 가관이다. 3단계로 하면서 내신도 보고 면접도 한다는 건 그럴싸 한데, 최종선발에서 480명을 놓고 무작위 공개추첨을 하여 160명을 추리겠단다. 야바위도 이만한 야바위가 없다. “얘들은 가라. 가.”가 아니라 “얘들은 와라. 와. 인생을 걸어라. 걸어. 엄마 아빠 돈 싸들고 와라”라고 하는 판에 혹시나 하는 마음도 기웃기웃거리지 않을까 한다.

물론 추첨이 가장 민주적이고 현명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이 땅의 교육현실에서 가당키나 할까. 추첨결과에 항의하는 학부모와 줄소송은 어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1964년에 경기중학교 입시 때에는 1964년의 ‘무즙파동’이라 불렀는데, 40년이 넘은 지금은 ‘야바위 파동’이 등장할 판이다. 비슷하게, 1960년대에는 중학교 입시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국 6병’이라고 칭했는데, 앞으로는 ‘초 6병’이라고 해야 하나.

강남의 묻지마 투표로 당선되어 보은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강남 3구에서 55%의 몰표를 받았으면, 그에 걸맞게 국제중도 한 60개 정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택 ‘강남교육장’에게 표를 던진 비율만큼 강남 3구의 초등학교 6학년들이 ‘묻지마 코스’에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고작 2개의 국제중 설립은 보은이 아니다. 공정택 지지자의 아이들끼리도 경쟁하게 만들었으니 배은망덕에 가깝다.

 

내신으로 뽑으면 사교육비가 안 든다고?

이미 모 방송의 ‘OO영상’으로 서울시교육청은 큰 웃음을 준 바 있다. “5년 전의 외고 설립 때도 사교육비 이야기 나왔지 않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때는 내가 여기 없었다”라는 답변은 연말 코메디 대상감이다.

여기에서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영어사교육 억제 방안으로 내신 위주 전형을 내놓은 건 말해야겠다. 역시 최강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평준화 체제인 중학교에서 잘 나가는 학교를 만들고 그 학교에 학생선발권을 부여하면, 평준화가 깨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교육비도 당연지사다. 학교별 입시와 평준화는 반대말이고, 학교별 입시와 사교육비는 사실상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입시를 내신으로 하느냐 별도 시험으로 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의 말대로 내신위주 입시가 사교육비 억제방안이라면, 대학입시로 인한 이 땅의 사교육은 벌써 없어졌을 것이다. 공정택 교육감과 그 친구들 말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60년 동안 대학입시정책을 담당해왔던 수많은 교육부 담당자들은 다 바보다. 순간 나름 애쓰셨던 모 과장님이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입시가 있느냐 없느냐다. 입시가 존재하고 그 경쟁률이 치열하면 사교육비는 바늘에 실 따라가듯 함께 온다. 특히, 학교별 입시일 경우에는 통합전형보다 경쟁률이 높을 가능성이 많다.

뿐만 아니라 영어몰입중학교를 세워놓고 사교육비 억제방안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도 웃긴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실시되었던 초등학교 영어수업의 효과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초등 영어가 우리에게 안긴 영광의 상처로 영어 사교육비 말고 뭐가 더 있나.

추첨이 마지막 관문이니,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운좋게 국제중학교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어와 국사를 제외하고는 다 영어로 수업할텐데, 그걸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결국 영어를 익히기 위해 학원을 찾고, 뒤쳐진 교과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사교육 봉고차에 몸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치고 공정택 교육감은 장구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교육비는 2․3․4다. 초등학생은 월 20만원, 중학생은 30만원, 고등학생은 40만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평균치다.

 

<표> 사교육비 규모

 

1인당 월 평균 금액

1년 사교육비 총액

초등학생

25만 6천원

10조 2,098억원

중 학 생

31만 4천원

5조 6,120억원

일반고생

38만 8천원

3조 8,655억원

전문고생

19만 8천원

3,526억원

전 체

28만 8천원

20조 4백억원

* 교육부와 통계청, “2007년 사교육비 실태조사”, 2008년 2월 22일 발표

 

그런데 공정택 교육감은 국제중학교를 세워 앞으로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증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고교다양화 300을 본격적으로 실시, 잘 나가는 300개 고등학교로 중학생의 사교육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이로써 사교육비의 2․3․4 법칙은 아마도 4․4․4 법칙이나 5․5․5 법칙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국제중, 자사고 및 특목고, 일류대로 이어지는 하이패스 구간이 완공되면, 아무래도 첫 관문인 국제중이 보다 중요해지는 만큼, 6․5․4 법칙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것은 변함없다. 지난 7월 중순 이후 사교육 주가들은 떨어지고 있었다. 업계 1위 메가스터디를 비롯하여 주요 사교육업체들의 2분기 영업실적이 기대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어닝쇼크(Earning shock)’ 수준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공정택 교육감이 긴급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교육감 당선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는데, 이번 국제중학교 역시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2월에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주니어(엠주니어)로 초등부를 만들었던 메가스터디와 작년 중등부 위주로 설립한 삼성 계열의 크레듀엠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말로 예정된 100개 자사고 근거 법안을 이명박 정부가 차질없이 시공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교육감으로 이어지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아이는 머리는 똑똑한데...... 노력을 안 해”

서울의 2개 국제중이 만들어지면, 경기와 부산에 이어 모두 4개다. 하지만 서울이 물꼬를 텄으니 여러 지방에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국제중, 자사고 및 특목고, 일류대로 이어지는 트랙이 완성된다.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이나 유럽을 주름잡던 복선형 학제와 유사하다. 분명 21세기인데, 한반도의 시계만 40-5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물론 입시를 치르던 나이가 만 11세 였던 영국에 비해(중학교 입시를 일레븐 플러스 시험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보통 만 12세로 1년이나 늦으니 조금 낫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넓고 깊은 한강이 준비되어 있다.

중학교 입시는 그 연령 때의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시련이다. 따라서 그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잠재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국제중 입시에서는 성공자보다 실패자가 많을게 뻔한데, 그런 실패의 경험이 아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하나 쯤은 못하는 게 있다. 그게 영어가 되었든, 수학이 되었든, 음악이나 체육이 되었든, 하나 쯤 있다. 하지만 어쩌면 못하는게 아닐 수 있다. 처음에는 누구나 부딪치고 도전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고 그게 반복되면 뭐가 작동한다. “난 이걸 못해” 보다 “나랑 맞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합리화하고 불렀든 인지부조화라고 칭했든 말이다. 그러면서 정말 못하게 된다. 그 옆에서 아비와 어미는 “우리 아이는 머리는 똑똑한데.....”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시 결과가 나온 이후에, 얼마나 많이 자신감에 생채기를 입을까. 그게 쌓이고 쌓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아충족감과 자기효능감(말이 어려운데 그냥 자신감이다)이 학업성취도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설에 비추어보면, 일단 이후의 공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공부 뿐이겠는가. 어쩌면 아이의 삶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때 아비와 어미는 “우리 아이는 머리는 똑똑한데..... 노력은 안해”라고 읊조려야 할까.

 

강남이나 부자의 욕구만 입인가

서울시 교육청이 국제중학교를 설립하는 이유도 가관이다. 국가경쟁력 제고니 하는 말이 있는데, 이거야 요즘 시대에 민주주의 신장과 유사한 용도로 쓰이는 말이니 그러려니 하면 된다.

그 다음 이유로는 “장기 해외거주 귀국 학생에 대한 교육연계성 구축”, “국제분야 교육 기회 제공으로 유학 욕구 수용”이 전부다. 조기유학 갔다가 돌아오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 조기유학 가려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절실하다는 것인데, 강남이나 부자를 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조기유학이 명품소비처럼 중산층까지 하나, 그래도 조기유학을 주로 소비하는 계층은 강남이나 부자들이기 때문이다.

뭐, ‘유학수요 대체’가 워낙 유행이라서, 영어마을을 우후죽순으로 만들 때도 그러고,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교육기관을 세우겠다고 할 때도 그러고, 제주 영어교육도시를 만들 때도 그러더니, 이제는 서울에 국제중학교를 세우는 데에도 갖다 붙인다. 나라가 온통 강남이나 부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분들, 미국을 참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미국을 본받았으면 싶다. 방식과 철학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가 있기는 하나, 그래도 부시 대통령의 교육개혁은 “단 한 명의 학생도 낙오시키지 않겠습니다(No Child left behind, NCLB)"라는 멋진 이름이나마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예 대놓고 가진 자만을 위한 학교를 만들겠단다.

희망이란 부자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노동자도 서민도 좋은 대학에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꿈을 지니고 있다. 사교육도 그래서 시킨다. 그렇다면 나랏님들은 노동자나 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드는 방향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공부 보다 간판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사교육받지 않아도 되게끔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나랏님들은 국민의 희망과 꿈은 저버리고, 오직 강남이나 부자의 욕구만을 챙긴다. 아무리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조항이 현실에서는 “모든 국민은 부모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바꾸고 있기는 하나, 나랏님들이 나서서 그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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