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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및 내각 인사개편과 관련하여 쓴 글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이야기해서 시작하고 중간에 수정하고 그랬답니다.
오마이 편집부가 최종편집하고.

그래서 아래의 글과 실제 오마이에 실린 글은 다를 겁니다. 하지만 기조나 주요 내용은 같답니다.
(최종 편집 전에 제가 마음대로 해도 되니 편하게 하십시오 라고 말했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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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생도 즐거울 권리가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 경질되어야 하는 이유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080618

 

“대한민국 학생도 즐거울 권리가 있다”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2인의 공동저자와 함께 저술한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 나오는 말이다. 문장 안에 숨어있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맺음말의 시작을 알리는 소제목이다. 보면 볼수록 멋진 말이다. 그래서 이주호 수석은 물러나야 한다. 청소년과 학생이 시작한 촛불집회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외치는 ‘미친 소, 미친 교육’이 들린다면, 정녕 대한민국 학생도 즐거울 권리가 있다고 여긴다면, 자리를 정리해야 한다.

 

신념을 간직하는 건 존경스러우나

이주호 수석은 정계 입문 이전에도 주목받은 적 있다. 2001년 학술지 <경제학연구>에 게재한 논문 ‘학교 대 과외: 한국교육의 선택과 형평’이 그것으로, 평준화 지역의 사교육비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많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는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 평준화를 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러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한다.

그러나 이후 비슷한 연구결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학자들이 연구해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라는 결과만 나왔다. 심지어는 이주호 당시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모 교수와 함께 작업하여 발표한 2002년의 논문 ‘학교 정책과 과외의 경제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2001년 연구와 동일한 데이터였는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연구위원은 2006년의 논문 ‘고교평준화가 사교육비 지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증 분석’에서 “동일한 자료를 추정방법을 다소 달리하여 실증분석한 [2002년 논문]에 따르면, 비평준화 지역이 평준화 지역에 비해 유의하게 사교육비 지출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2001년 논문]의 연구 결과가 분석모형의 설정에 따라 흔들리는 그다지 강력한 것이 아님이 확인된 셈이다”([ ]은 인용자)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01년 논문을 언급하는 이유는 평준화 해체에 대한 이주호 수석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이런 신념과 나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주호 수석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4년동안 국회의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리고 현 정부 교육정책의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를 출간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교육정책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주도하였고, 선거 이후에는 인수위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교과부 장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의 실세로 자리잡는다.

그러면서 자율형 사립고 150개, 대학입시자율화, 교육부 구조 개편, 영어몰입교육, 0교시와 우열반으로 대표되는 4․15 학교자율화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주도한다. ‘자율’과 ‘다양성’의 슬로건을 달고 있는 이들 정책 대부분은 이 수석의 역작에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핵심은 평준화 해체다. 물론 평준화 해체가 아니라 수정이라고 말하나, 그게 그거다.

이 쯤 되면 가히 존경스럽다.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삶의 커다란 궤적을 그리는 동안에도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고수하고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신념이 너무 강해서인지, 아니면 이번에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지, 정치인의 의무인 소통에는 자물쇠를 굳게 걸어놓는다. 대신 피로를 전국 방방곡곡에 흩뿌린다.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소통도 부족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의 관계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소통이다. 예전 정부에서는 정책 입안과 집행은 정부 부처가, 정무 조정은 청와대가 담당했다. 청와대는 어지간하면 지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책은 해당 부처가 알아서 추진하는 형태였으며, 부처간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보다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야 할 경우에만 청와대가 조정자로 나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역시 달랐다. 청와대가 주도한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장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사실상 관장한다. 웬만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위에서 주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교과부 사이의 소통도 막힌다. 일반적으로 관료들이 현장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관계는 청와대와 교과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양방향 소통보다는 일방통행이 두드러진다. 국정 운영이라기보다는 기업 경영에 가깝다. 그래서인가 ‘좀 거시기하다’는 씁쓸한 목소리를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소통 부재는 청와대와 교과부 사이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 앉아있는 실세와 국민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게 더 큰 문제다.

 

입은 하나이지만 귀는 두 개인데

2008년 2월 교육부는 의미있는 조사결과를 내놓는다. 사교육비 통계 시스템을 몇 년 동안 준비하더니, 첫 번째 결과물을 발표한다. 이 조사에서 학생과 학부모 5만 2천명을 대상으로 사교육의 원인을 물었더니, 주로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를 지목했다. 그리고 ‘사교육을 줄이는 데 효과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능력중심 기업채용 확산과 대학서열구조 완화에 많은 표를 던졌다.

학교교육만 놓고 보면, 학교공부만으로 전 과목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으며,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책임 지도하거나 EBS 수능강의를 활성화하는 게 사교육비 감소에 도움된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이동수업,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충, 방과후 학교 등은 그것보다 낮았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에 발표되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조사결과다. 사교육비 절감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몇 년동안 준비하고 국가예산을 투입한 사업이었지만, 잊혀졌다. 국민과 소통하고자 했다면 2004년 4월에 발표했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학벌주의 극복 종합대책>라도 다시 꺼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하긴 고작 5만명의 의견 쯤이야 신념에 찬 실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리라.

그러면서 큰 정책들이 줄줄이 발표된다. ‘사교육비 절반’을 입안한 당사자가 국민의 생각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한다. 1월에 대학입시자율화와 영어몰입교육이 발표되고, 3월에는 일제고사를 보고, 4월에는 0교시와 우열반 허용이 나온다. 눈이 휙휙 돌아간다. 자잘하거나 오보라는 것까지 합하면 아침에 눈 뜨기 무섭다. 덕분에 일각은 여삼추(一刻如三秋)고, 피로가 잔뜩 온 몸을 덮친다. 해당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어지러움증과 짜증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초일류 초중고를 대폭 손봐서 뭘 어쩌자는 건지

그동안 정부가 이야기해왔던 용어나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한국의 초중고등학생은 세계 초일류다. OECD의 세 차례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매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PISA 2006에서도 OECD 30개국 중 읽기 1위, 수학 1-2위, 과학 5-9위를 하였다. 전체 57개국 중에서는 읽기 1위, 수학 1-4위, 과학 7-13위다. 상위 5% 학생 또한 비슷하다. 물론 이전의 두 차례 PISA에 비추어 과학 성적이 떨어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우리의 초중고등학생들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주호 수석과 보수언론은 사교육의 영향이라고 하고, 어떤 국가에서는 교육과정의 차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제학력평가를 주관한 OECD의 견해는 ‘평준화의 힘’이다.

그런데 세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대학의 질은 그리 높지 않다. 스위스 IMD의 대학경쟁력 순위를 보면, 2005년 52위, 2006년 50위, 2007년 40위를 기록한다. 같은 기간 교육경쟁력이 40위, 42위, 29위인 점에 비추어보면, 대학경쟁력이 교육경쟁력의 평균을 갉아먹고 있는 게다. 그러니까 우리의 초중고등학생들은 세계 초일류인데, 대학경쟁력은 뒤쳐진다. 대학 진입 단계에서 동맥경화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어디를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할까. 초중등교육일까, 고등교육일까. 대학이나 고등교육이다.

하지만 이주호 수석은 초중고등학교에 주로 손을 댄다. 대학에는 입시자율화와 ‘대학등록금 반값은 몰라’를 선물한 가운데, 영어몰입교육과 0교시․우열반․강제 보충수업․사설 모의고사 등으로 초중고등학교를 통째로 흔든다. 그렇지 않아도 일류대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학생들에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친구와 싸워 이겨라’를 선물한다. 여기에 예정된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로 평준화를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무엇이 얻어지는 걸까. 대학 진입 단계에서 동맥경화를 보이는데, 그 전부터 꽉 조여 ‘될 성 싶은 떡잎’만 통과시키고 나머진 버리려고 하는 걸까. 비평준화 체제인 대학과 비평준화 예정인 초중고등학교가 만나 대학경쟁력만큼 초중고 경쟁력을 낮추자는 걸까. 청소년과 학생의 잠 못 드는 밤, 날아다니는 학원비를 댓가로 말이다.

 

대한민국 학생도 즐거울 권리가 있다

4․15 학교자율화 조치가 발표되자, 인터넷에 이내 청소년의 의견이 올라온다. “차라리 과학사육부로 이름을 바꿔라”, “청소년을 자살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다”, “제발 우리 좀 내버려둬라!”, “왜 학생들 의견 안 묻고 자기네 맘대로 결정하셔?”라고 외친다. “0교시 하면 3시간 자면 되고/ 우열반 하면 공부 관두면 되고/ 그러다 담임 촌지 달래면 당장 엄마 적금 깨면 되고”라는 되고 송도 나온다. 동시에 청소년과 학생이 거리로 나오고, 촛불집회가 시작된다. 광우병이 커다란 계기였지만, 시작은 이주호 수석이 기획․총괄한 학교자율화 조치였던 게다. 그러니 촛불집회의 배후는 이주호 수석이다.

따지고 보면, 이주호 수석이 자초한 면도 있다.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 머리말에서 “교육개혁은 최대한의 국민여론수렴과정을 거쳐 좋은 방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에 실행에 옮겨도 늦지 않다. 몇 명의 전문가 혹은 몇 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한 방향으로 변화를 원하게 될 때 우리 교육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이 이를 어겼다. 큰 변화를 낳는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별다른 의견수렴없이 발표한 게 이주호 수석이다. 스스로 여론수렴하지 않는 몇 명의 정치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이 되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내달린다.

그러니 보수적인 한국교총이나 진보적인 전교조나 웬만한 교육단체들이 모두 ‘독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전국교육위원협의회도 “이 수석의 즉각 경질”을 요구하는 거다. 물론 이주호 수석을 옹호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주호 수석의 역작에 ‘열정과 혜안’이라는 헌사를 한 인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일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촛불집회의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있을 내각과 청와대 인사개편에서 김도연 장관의 경질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양인데, 이는 전형적인 도마뱀 꼬리 자르기다. 모교에 국가예산을 지원하려고 한 김도연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은 문제이긴 하나, 청소년과 학생의 원성을 낳고 있는 ‘미친 교육’의 실세는 엄연히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 쇄신을 위한 인사개편을 하려거든, 김도연 장관 뿐만 아니라 학생과 청소년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당사자도 경질되어야 한다.

그럴 때 대한민국 학생은 즐겁다.

 

제 의견은 학원에 시달리는 저희들이 자유로움을 가지게 해달라는 거예요. 이번 세계 학력평가에서 매일 학원에 시달리면서도 우리나라는 2등을 했어요. 핀란드에서는 시험볼 때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쉬는 시간에는 교실 문을 잠그고 밖에서 놀고 해서 1등을 했어요. 놀면서 공부하면 공부가 잘 된다고 하는 말이 진짜인가 봐요. 저희 나라, 대한민국도 자유시간도 많이 있고 공부도 하면 저희가 일등하지 않을까요?

-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한 초등학생 6학년이 대통령에게 쓴 엽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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