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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를 ‘대운하’라, 수돗물 민영화를 ‘민영화’라 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
- 행정안전부의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 관리계획’ 발표와 환경부의 ‘물산업 지원법’ 입법 예고 연기에 대해

 

5월 29일 행정안전부가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 관리계획’(이하 ‘관리계획’)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그 발표 시점이 정부가 온 국민이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장관 고시를 강행한 날짜와 일치했다. 행정안전부로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틈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혹과 분노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 뒤인 6월 2일 환경부는 이틀 뒤로 예정돼 있던 ‘물산업 지원법’의 입법 예고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물산업 지원법’은 원래 5월 말에 입법 예고될 예정이었는데 한 차례 연기됐다가 이번에 또 다시 연기된 것이다.

‘물산업 지원법’은 본래 ‘관리계획’이 나오게 한 근거다. 따라서 ‘관리계획’은 발표하면서 ‘물산업 지원법’ 입법 예고는 연기하는 것은 본말 전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론, 본론도 없이 결론부터 나온 격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옹색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관리계획’은 결국 민영화 계획

‘관리계획’만 보면 정부 수돗물 정책의 문제를 헤아리기 쉽지 않다. 수돗물 관리를 광역화하여 이른바 ‘전문기관’이 관리하게 하고 7개 특별시, 광역시의 경우에는 상수도 사업을 단계적으로 공사화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행정안전부는 친절하게 문답식 해설을 달면서까지 이것은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하고 있다. 민영화가 지고지선인 것처럼 강조하던 지난 정권들이나 이명박 정권의 애초 입장에 비해서는 뭔가 차이가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관리계획’이 ‘물산업 지원법’의 연장선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사실 한국의 상수도 체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이 풀리지 않고 있고 농어촌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농어촌의 경우는 수돗물 수질까지 낮다. 수도 요금의 지역간 편차도 크다. 게다가 상수도 관리 주체가 복잡해서 수도시설의 중복, 과잉 투자로 가동률이 50% 언저리를 맴돈다.

그런데 ‘물산업 지원법’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이 법안은 상수도 문제를 오로지 이윤을 내기 위한 사업(비지니스)의 차원에서만 바라본다. 상하수도 사업의 기업화를 허용하고 그렇게 해서 설립된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자는 구호 앞에 수돗물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시민들의 바람은 온 데 간 데 없다.

따라서 ‘관리계획’이 ‘전문기관’ 혹은 ‘공사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애써 민영화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전문관리의 주체는 그 동안 논산 등 1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수도 사업을 위탁 운영해온 수자원공사가 맡을 전망이다. 수자원공사는 형식적으로는 일단 공기업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로부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강요받고 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보다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수자원공사 혹은 신설 공사가 상수도 사업을 맡는다는 것은 순수 민간 기업에게 넘기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이것은 ‘관리계획’이 광역화, 전문관리의 원가절감 효과로 예시한 내용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관리계획’은 전문관리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인력 감축을 들고 있다. 현재 7천 명 수준인 종사 인력에서 2천 명 가량을 감축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리해고로 인건비를 절감해서 이윤을 늘린다는 것으로서, 민영화 과정의 전형적인 논리다. 인원 감축은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와 동시에 공공 서비스의 부실화를 낳는다. 이것 역시 민영화의 보편적인 양상이다.

수도 요금 인상, 결코 괴담이 아니다

시민들이 수돗물 민영화에 분노하는 첫 번째 이유는 민영화가 수도 요금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러한 우려가 확산되자 이명박 정권은 ‘괴담’ 운운하면서 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수도 요금 인상 이야기는 결코 유언비어가 아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관리계획’은 논산 등의 시범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요금 인상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강변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민영화 초기에는 여론 등을 고려해 본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지 않는다.

허나 일단 상수도 사업의 주도권을 민간 업자들이 쥐게 되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리계획’이 요금 통제의 근거로 드는 지방자치단체의 최종 결정권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상수도 사업의 성격상 독점적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위탁업체가 정보를 독점하고 요금 인상 요구를 들이 밀면 누구도 거기에 쉽게 저항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상수도 민영화의 선구자인 영국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의 사례들이 민영화 이후 장기적인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수도 요금 등 공공 요금은 특별한 위상을 지닌다는 점을 또한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수도 요금은 OECD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혹자는 이것을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든다. 하지만 이것은 단견이다. 복지 수준이 일천한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낮은 공공 요금 수준은 서민을 위한 일종의 복지 제도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공공 요금 수준은 개별 기업의 수지 차원이 아니라 전체 복지 회계 차원에서 따지고 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도 수돗물 등 핵심 공공재의 관리 주체는 기업이 아닌 정부 기구여야만 한다.

이런 시각을 근본에 깔고 있는 한, 민영화와 수도 요금의 상관 관계에 대한 불안은 결코 ‘괴담’일 수 없다. 시민들이 이 정권 아래서 촛불을 들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너무도 정당한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2008. 6. 2.

담당: 장석준

  • ?
    아브라삭스 4.00.00 00:00
    농어촌 지역의 상수도의 경우 대도시와 달리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단독 내지 수개의 주택에 대한 상수도 관리상의 문제를 들어 요금의 차등 부과 또는 물값인상의 요인으로 주장하여 요금인상을 요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자원의 공공재로서의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돈이 없어서 물을 아끼기 위해 씻거나 세탁등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어 질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이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 받는 상황 또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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