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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을 위한 정책 브리핑 2호]

경부운하, 까발려보자

2008. 5. 22.



‘운하’는 내륙주운(舟運)을 위한 인공적 시설물이다. 즉 내륙으로 사람과 물류가 이동될 수 있도록 물길을 내고 수위를 유지하도록 물을 가둔다는 점에서 ‘하천과 다르다’. 한반도 대운하 혹은 경부운하는 다름아니라 하천을 이러한 인공 물길로 바꾸는 계획이다.

남북의 주요 수계를 잇는 한반도 대운하는 아직 그야말로 그림에 불과한 것으로 논외로 하고,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부운하의 정체를 파악하고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경부운하 역시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다는 것 말고는 확정된 안은 고사하고 구체적인 계획조차 나온 것이 없다. 때문에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관계자들이 언뜻 내비친 구상과 자료를 토대로 경부운하라는 유령을 불러내고 싸울 수밖에 없다.

경부운하의 찬성과 반대 측이 대립하는 쟁점들은 매우 많지만, 찬반의 입장 차이는 한국의 조건이 내륙 주운에 적합한지, 그리고 필요한지 하는 전제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O 내륙 주운의 기본 조건과 한국의 조건

첫째, 내륙 주운이 용이하기 위해서는 지형이 평평해야 한다. 운하가 발달한 네덜란드나 독일 같은 나라를 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기울기가 심하면 물의 저장능력이 떨어지고 토사도 흘러내려 안정적 수심유지가 어렵다. 한국이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이다.

둘째, 수량이 풍부하고 하상계수(물이 많고 작음의 상대적 비율)가 작어야 한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의 여러 강들과 달리 한국은 연중 강수량의 계절적 편중이 심하고, 하상계수 또한 커서 배가 다닐 수 있는 수량 확보와 일정한 수심 유지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게릴라성 폭우가 점점 잦아지는 게 한국의 기후다.

셋째, 결빙, 안개, 홍수, 가뭄 등 기후변동이 작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겨울철에는 결빙이 많고 겨울부터 봄까지는 가뭄이 지속되고, 여름철에는 홍수와 태풍이 자주 발생한다. 물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얼지도 않는 그런 좋은 날씨는 1년에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넷째, 장거리 물동량이 많아야 한다. 선박을 이용한 운송은 다소 느리지만 대량으로 장거리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한국은 단거리 소량 물동량이 많고, 대량 화물 운송이 필요한 제조업들도 주로 연안에 발달해있다.

다섯째, 느리더라도 시간단축과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곧 경제성 근거와 직결된다.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 같은 극단적 경로단축의 경우가 아니라면 세계적으로도 내륙 운하의 경제성은 매우 떨어지고 있다. 남북으로 뻗은 반도국가에서 남북 방향의 내륙 주운은 길게 이야기할 바도 아니다.

<그림> 한국과 독일의 월평균 강수량 비교

<표> 우리나라와 유럽 주요 하천의 하상계수



O 우리나라 물류 운송 시스템과 경부운하

이명박 정부가 경부운하의 필요성으로 가장 강조하는 측면이 현재의 물류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의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지, 경부운하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는 따져보야야 한다.

우선 한국의 도로 인프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지역간 물류이동의 주요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 비율은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도로 운송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는 비영업용 수송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물류조건을 최악으로 가정하여 물류통계를 왜곡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부운하가 경감시킬 물류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이냐 하는 측면이다. 대표적으로 벌크화물(곡류, 시멘트, 석탄, 철강, 모래, 목재 등 원자재 또는 반제품)이 되겠지만, 이들을 필요로 하는 산업은 동서방향, 또는 연안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경부운하와는 무관하다. 또한 경부운하로 흡수될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과대 추정되었다. 부산항 중심이던 수출입 물동량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이미 인천항, 광양항 등 다른 주요 항만으로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경부운하의 운송시간 경쟁력을 따져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부운하는 연안 수송보다 느리다. 경부운하 찬성 측은 선박의 운행시간에 대해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다. 60시간으로 계산했다가, 2006년 들어서는 48시간, 2007년 들어서는 36시간, 30시간으로 최근에 와서는 27시간 주파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기상 사정이 좋고 갑문과 리프트 소통이 원활할 때의 가정이다. 그러나 경부운하가 모델로 하는 마인-도나우 운하 운행속도를 따라간다고 해도 최소 72시간, 하역시간을 포함한 실질 총 운송시간은 112시간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연안 운송보다 최대 1.8배 더 걸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남해안에 7개 신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다음으로 명백한 사실은 경부운하는 철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인 대구~부산간 구간이 2010년이면 완공되어 서울~부산간 KTX 전 구간이 개통되면, 서울~부산간 철도여객 수송능력이 3.4배 증가하면서 기존 철도 여객이 고속철도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기존 철도는 화물철도로 전용될 수 있어 화물 수송능력이 7.7배 증가하게 된다.

<그림> “배가 산으로 가는 광경”


O 경부운하의 수익성

경부운하의 또 하나 쟁점은 천문학적 건설비용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골재채취로 충분히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건설비용을 생각해도 수익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골재판매 수익금 8조 3천억원은 현실성이 없다. 모든 공사 지역에서 나온 자갈과 모래가 골재로 쓸 수 있는 양질의 것이어야 하며 그것이 공사 기간 내에 모두 판매 소진되어야 한다는 비정상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골재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투자비도 계산하지 않은 통계다. 실제 경제성있는 채취가능량을 산정하면 수익은 2조 1,992억원에 불과하다.

수익성의 함정은 건설비용은 2-3배 축소하고 편익은 과장하면서 발생한다. 골재굴착 및 사토비용을 포함하여 취수원 이전비용, 강변여과수 시설비용, 환경훼손 비용, 유지관리비, 예비비 등 이명박 정부가 누락한 비용을 포함하면 실제 공사비는 최소 32조 466억 원에서 최대 54조 6,991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추정된다. 이에 반해 골재 편익, 용수공급 편익, 수송비용 절감 편익, 통행시간 절감 편익, 대기질 개선 편익 등을 모두 따져 보아도 총 편익은 최소 2조 1,339억 원 - 최대 5조 5,994억 원 수준이다. 결국 총 비용 대비 총 편익을 최대로 계산해도 0.17에 불과하다. 기업가의 입장에서도 100원을 투자해서 17원의 수익을 남기는 형편없는 장사다.

경제성과 관련한 마지막 쟁점은 경부운하를 이용할 실제 물동량이다. 유감스럽게도 찬성 측 주장을 근거로 계산(1,020만 9,000톤 물동량 ÷ 2500톤급 선박 ÷ 350)하더라도 하루 운행하는 선방은 겨우 11.7척에 불과하다. 5천톤급으로 따진다면 하루에 겨우 상행선 3척, 하행선 3척의 선박 이동을 위해 수십조원을 쏟아 붓는 환경파괴 공사를 감행한다는 결론이다.

<표> 경부운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쟁점 비교


O 경부운하와 물 관리

운하를 건설할 경우 우려되는 수질과 홍수 문제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는 계속 설명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운하가 하천을 호소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흐르는 물이 갑문으로 차단되면 아무리 준설을 하고 오염물질 유입을 막는다 하더라도 강물의 자정작용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며 특히 여름철 부영양화는 필연적이다. 찬성 측은 하상준설이 오염물질을 걷어내어 수질개선을 가져온다고 하지만 오히려 강바닥의 흙탕물과 오염물질을 떠오르게 하며 당연히 생태계도 교란시킬 것이다. 고여서 죽어갈 물을 두고, 수량이 유지되어 기후 온난화를 경감한다거나 스크류가 돌아가서 산소를 공급한다는 따위의 주장은 궤변일 뿐이다.

하지만 경부운하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홍수 위험이다. 한강과 낙동강에서 6-9m의 평균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방을 높이 쌓고 주변 댐을 활용해 용수를 공급해야 하지만, 닫힌 구조물은 집중 호우시 운하로 수량을 더욱 집중시켜 범람의 위험을 수 배로 높인다. 한국의 지형과 기후 조건에서 경부운하는 평소에는 주변 습지와 지천을 마르게 하고 홍수철에는 낮은 지역의 침수를 유발하는 ‘홍수 시한폭탄’이 된다.

경부운하 찬성 측에서 가장 답변이 궁색한 부분이 취수원 대체 방안이다. 처음에는 운하로 수질이 개선된다고 강변하다가 수질을 장담할 수 없게 되니 상수원 취수를 현재의 직접 취수방식에서 강변여과수를 활용하는 간접 취수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 인구가 몰려있고 용수의 65% 가량을 하천에서 직접 취수하고 있는 한국에서 강변 바닥 모래에 취수정을 묻어 퍼올리는 강변여과수 방식은 충분한 수량을 공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취수원의 안정성과 지속성도 보장할 수 없다. 그 이전에 천혜의 물 자원을 오염시킨다음 새로 강 바닥을 파헤쳐 용수를 얻고자 하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O 운하 안하고도 잘 살 수 있는 ‘We Can 프로젝트’

현재 경부운하 찬성 여론은 20%가 채 못되는 형편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 공원화 사업같은 추세로 일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 제안이 들어오면 추진하겠다, “운하(canal)가 아닌 수로(waterway)”다, 4대 강 물관리 차원의 정비부터 먼저 하겠다는 등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이미 운하 예정구간의 땅값이 폭등하고 지역공동체는 분열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개발욕구에 편승한 이 거대한 토건사업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안 프로그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진보신당이 지난 18대 총선 공약으로 제안한 ‘We Can 프로젝트’는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이제 국민과 자신감있게 대화할 때다. 경부운하는 정말 말로만 그쳐야 좋은 것이다. 그리고 경부운하 안하고 제대로 잘 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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