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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보편적 복지국가, 진정한 복지사회를 만드는데 ‘건강가정’ 프레임은 걸림돌이다


- 제2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 붙여

 

 

 

27일 여성가족부는 제2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에 제정된 후 올해 말로 1차 기본계획이 끝나는데 따른 것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은 제정될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건강가정’이라는 개념에 따라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부추겨 시대에 역행하고 사회구성원에 대한 복지체계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 가정의 책임으로 역행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어제 발표된 제2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제1차 기본계획의 성과로 제시된 것 중에서 건강가정기본법에 의거한 것은 아이돌보미 사업과 건강가정지원센터 설립 등 총 11가지 중 두 가지밖에 없다. 나머지는 노인장기요양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및 일가정양립지원법, 한부모가족지원법 등 각각 법률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새롭게 발표한 2차 기본계획을 통해 육아의 주체로서 ‘가족-지역사회-국가’의 협력을 강조하고 남성의 가족생활 참여 지원을 부각하며, 청소년 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을 살펴보면 위에서 지적했듯이 기존의 복지제도를 ‘건강가정’이라는 틀로 다시 헤쳐 모은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독자적인 사업을 지적하면 부모역할 지원, 남성의 가족생활 참여 지원, 가족친화조성 등 주로 교육, 캠페인 등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실효성과 구체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서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을 가족기능이 약화되기 쉬운 가족이라고 명명하고,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가족 기능의 약화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기능이 무엇인지 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능의 약화를 어떤 기준에서 판단하고 있는지도 우려스럽고, 소위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인식이 지금의 현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정책적으로 분명한 후퇴이며,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시장과 개인에게 돌리는 것의 은폐일 뿐이다.


진보신당은 누구보다 튼튼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그것은 어떤 국민이 어떤 가정상황에 있든지 상관없이 생애주기에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방적으로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강요하지 않고 모든 성인이 평등하게 일과 (가족) 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성평등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법과 규범이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가족형태에 발맞추어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건강가정’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복지국가와 복지사회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돌봄의 탈가족화와 탈상품화라는 큰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건강가정’이라는 좁고 왜곡된 틀을 벗어나 성평등사회와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해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시작되어야 한다.

 

 

2010년 12월 28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재영)

 

*문의 : 나영정 정책연구위원 (02-6004-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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