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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아침.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 업체인 EG테크 노동자 양우권씨가 '단결투쟁'이라는 끈에 목을 매어 자결했다. 그가 남긴 유서의 말미에는 자신을 화장해서 제철소 1문 앞에 뿌려달라고,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으로 가고 싶었다는 소망이 적혀 있었다. 


 양우권씨는 1998년 2월 EG테크에 입사해서 산화철 폐기물 포장업무를 해왔다. 어디나 그렇듯이 노동자들의 처우가 처음부터 좋은 곳은 없다. 오늘날 정규직 노동자들이 얻는 혜택 역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사측으로부터 쟁취해온 투쟁의 성과다. 정규직이 그럴진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때문에 2006년에 EG테크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산하의 EG테크 분회를 설립한다. 


 하지만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 앞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쉽지 않았다. 포스코가 하청업체의 노동조합 여부를 계약 시 평가지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을인 하청업체 입장에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53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던 EG테크 분회는 회사의 탄압에 의해 대부분의 조합원이 탈퇴하고 만다. 하나둘, 노동조합을 주도했던 사람들마저도 떠나다보니 노조 핵심 세력도 아니었던 양우권씨가 분회장을 맡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았던 그에게 가해진 탄압은 악랄했다.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닌 다른 사무 업무를 맡게 하고, 몸이 아픔에도 조퇴처리를 해주지 않고, 무단으로 조퇴를 했다고 정직 처리를 한다. 그러고는 정직 기간 중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1년 4월 해고한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3년간의 투쟁 끝에 부당해고로 판결 받아 회사로 복직하지만 회사는 더욱 악랄하게 그를 탄압했다. 전근 보내고, 감시하고, 왕따 시키고, 책상에 자리 한 켠 두고 가만히 앉아 있게만 했다. 노조를 탈퇴하거나, 회사를 나가라는 압박이었다. 자신의 사무실 책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럴 진데, 양우권씨의 죽음을 감히 자살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고도로 방조된 타살에 눈감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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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부터 양우권씨와 함께했던 노동자들이 서울로 올라와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면서 포스코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매일 EG그룹 본사 앞에서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열사와 유족에게 사과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의 노동자들처럼 양우권씨의 염원을 다하기 위해, 우리는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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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노동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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