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이제 실업급여까지 깎겠다는 박근혜 정부
오늘(6월 20일)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까지 깎겠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평균급여의 50%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상한액을 1일 4만원으로,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업급여 상한액은 2004년 이후 동결된 반면, 하한액은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되면서 2014년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이 37,512원으로 상한액의 93.8%에 육박했으며, 향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몇 년 안에 하한액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더 커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어 실업자가 취업을 기피하는 도덕적 헤이가 발생해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는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월 급여액이 커지는 이유는 노동자는 1주일 중 하루(주로 토요일)가 무급휴일이지만 실업급여는 휴일과 관계없이 정해진 기간(실업급여 수급일) 동안 날마다 지급되기 때문이다. 즉 최저임금 노동자는 한달에 25~26일만 임금을 받는 반면, 실업급여 수급자는 30일 내내 급여를 받기 때문에 하루 이틀 치 급여만큼 월 급여가 높아진다. 2014년 기준 이 금액 차는 36,470원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 40시간 노동제 도입 과정에서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하루를 무급휴일화 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애초부터 높았던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이 후퇴했기 때문에 발생한 역전 현상이다. 따라서 지금 발생하고 있는 실업급여의 역전현상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무급휴일을 유급화하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별개로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아 취업을 회피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과장왜곡된 것이다. 최저임금의 90%의 실업급여를 받는 실업자의 재직 또는 재취업 시 임금은 딱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다. 실업급여는 평균급여의 50%이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의 1.8배 이하인 노동자는 모두 실업급여 하한액 규정을 받는다. 즉 2014년 현재 평균 임금수준이 월 193만원 이하인 노동자는 실업 시 모두 하한액 규정을 받는데, 이들이 최저임금보다 36,470원 높은 실업급여 때문에 취업을 기피하는 도덕적 헤이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설령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고작 3개월에서 길어야 8개월 받는 실업급여 때문에 취업을 기피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아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발생한 휴일을 무급화하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무급휴일을 유급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다만 이는 고용보험법의 영역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영역이며 노사를 비롯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도입 가능한 합리적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4~5일 발생하는 무급휴일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실업급여 역시 일요일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수급기간을 늘이면 된다. 이렇게 되면 한 달 급여액은 최저임금의 90% 수준으로 다소 줄고 대신 좀 더 안정적인 구직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 기간은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에 따라 3개월에서 8개월까지 가능한데, 이는 실업급여 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기간이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방법은 불가피하게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더라도 급여대체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출 경우 최저임금의 1.8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던 노동자까지 실업급여가 줄어든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실업급여로 인한 취업 기피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제도 개선이 이와 상관없는 노동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 경우 급여대체율을 높이면 그 피해 대상자를 줄일 수 있다. 평균급여의 50%인 현행 실업급여를 60% 또는 70%로 높이면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 노동자는 임금수준 163만원 또는 140만원 이하가 된다. 물론 급여대체율을 높이면 재정부담이 커지지만, 급여 상한액이 매우 인색한 현재의 고용보험 내에서는 늘어나는 추가 재원은 매우 미미하다.
실업급여 상한액·하한액 문제는 지금 새삼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7~8년 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어 왔고, 당시 고용노동부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린 바 있다. 따라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도 매우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라는 가장 부적절한 해법을 택한 것은 이 정부가 다시 한 번 재벌과 가진 자들의 손을 들어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4년 6월 20일
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