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휴일근로 ≠ 연장근로’ 행정해석부터 폐기하라
- ‘주 35시간 한도’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절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통과가 안 될 경우 주말 추가 16시간의 연장근로를 가능케 한 정부의 행정해석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쳤다. 노동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의 절차와 단축 수위에 관해 잘못되고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회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1주일 최장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주 40시간에 연장근로를 12시간까지만 인정해 최장 근로를 주 52시간까지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한국의 최장 노동시간이 68시간이 된 것은 지난 2000년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니다’는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풀어가는 정부의 노력은 우선순위를 국회의 법률 개정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너무나 분명하게 잘못된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재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행정해석 변경으로 시도하는 편법성을 시비 걸고 있지만 기존의 행정해석 자체가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려는 자본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 이외에 어떤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는 점에 비춰 어불성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엉터리 행정해석의 폐기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이는 정부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단순히 과로를 없애자는 측면이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으로의 단축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1990년대 말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법인 오브리법(loi de Aubry)의 시험 결과는 단축된 노동시간의 대략 절반 정도가 자동화로 잠식되고 추가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자리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자동화 추세를 고려한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더구나 주 68시간까지 노동할 수 있도록 한 일반적인 노동시간 법령과 별개로 ‘26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대해서는12시간의 초과 연장근로가 허용되어 있다. 졸음운전으로 대형 사고가 빈발하는 화물차 기사, 버스 기사 등이 이런 업종에 속한다. 이 특례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약 550만 명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주52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조차 미미할 것이 분명하다. 국회에서 현재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나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노동당은 지난 총선부터 연장근로 주 5시간을 포함하여 주 35시간을 최장 노동시간으로 하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신규 일자리 수요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공유에 관한 특별법’을 주장해 왔다. 한국이 세계 최장 노동시간과 ‘과로사’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약 230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위의 정책 처방은 불가피하다.
2017년 10월 18일
노동당 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