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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삼성전자를 처벌할 수 있어야 막을 수 있다

메틸알코올 실명 사건과 노동당의 정책 대안

 

지난 1월말에서 2월 초순 사이 휴대폰 부품 생산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이 작업장의 메틸알코올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실명 등 중대 재해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당은 내일(3/16) 오후 유사 피해 노동자가 없는지 사례를 수집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도외시한 사업주를 규탄하며 작업장 안전을 위한 제도개혁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우연한 비극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목숨은 하찮게 취급하는 국가의 구조적 참사이다. 철저한 원인 진단과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재해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힘의 관계로 수직계열화된 거래관계의 정점에 있는 재벌대기업이 위험과 비용을 아래로 떠넘기고 그 말단에 위치한 영세업체의 노동자가 이를 감당하는 구조이다. 피해자 3명이 작업했던 사업장이 세계일류기업삼성전자의 3차 하도급업체로 확인됐다. 대기업의 일상화된 납품가격 후려치기에 시달리는 하청업체는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춘 작업환경을 갖출 여력이 없고, 원청기업이 하청업체의 작업장 안전 문제에서 면책되는 구조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둘째, 이번 사고는 파견법이라는 극악한 노동 착취 구조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5명 중 4명이 파견업체에서 파견 나온 노동자로 확인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해당 사업장의 작업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현장에 투입됐고, 신규 입사와 이직이 잦은 파견업의 특성으로 파견업체 사업주는 파견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4개월 기간 동안 하루 12시간의 노동과 잦은 잔업에 시달렸다. 메틸알코올 대신 안전한 대체물품이 있으나 더 비싸다는 이유로 사용되지 않았고, 위험물질인 메틸알코올을 취급할 경우 사업주가 특별한 보안경, 보호장갑, 방진마스크 등을 사업장에 갖추어야 하나 피해 파견 노동자들에게는 이 역시 사치품에 불과했다.

 

셋째, 있으나마나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 공정은 부천, 인천, 안산, 구미 등 전국의 공단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사고 발생 이후 고용노동부가 전국 3,100개 사업장에 대한 일제점검에 들어갈 정도였음에도 사고 발생 이전에 예방을 위한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전무했다. 최초 사건 발생 이후 고용노동부가 피해사업장을 점검한 한 사업장의 사업주는 지난해 말부터 에틸알코올로 교체했고 앞으로도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변했으나, 이후 추가 피해자가 발생함으로써 거짓 답변임이 드러났다. 피해 노동자의 근무일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사업장도 있다.

 

넷째, 작업장의 사고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산업재해 발생시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나 중간 간부 정도만 형사책임이 인정되고 기업 자체, 기업의 등기임원이 아닌 사실상의 지배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능하다. 하청 기업의 경우 실질적인 지배자는 원청 기업임에도 원청 기업에 대해 하청 기업의 작업장 안전 의무를 부과하지도 않고 있으며 당연히 처벌도 불가능하다. 이번 사고에 적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관리법의 경우 중대사고 발생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5%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해 놓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는 과징금 부과기준을 사업장 연간 매출액의 3,600분의 1(단일 사업장은 7,200분의 1)로 완화해 과징금의 규제 기능을 사실상 없는 꼴로 만들었다. 사업장 노동자의 알권리는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가 필요한 경우 등 광범위한 비공개 단서조항으로 사문화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장 안전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공동책임을 지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근로감독과 처벌 규정이 허술하다.

 

무해한 작업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이처럼 재벌대기업이라는 힘 센 사업자의 탐욕을 묵인·방조하는 관련 제도에 의해 체계적으로 유린되고 있다. 그 결과가 OECD 산업재해사망률 1위라는 오명이다.

 

파견법을 철폐해야 한다. 가장 극악한 형태의 노동 착취제도인 파견법을 이대로 두고는 건강한 작업 환경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 수많은 파견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집단 성찰의 결과물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 기업의 사업장, 다중이용시설 등에 사업주와 법인, 기관의 경영책임자에게 위험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개인사업주, 법인이나 기관의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기업) 자체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의무 위반 기업에 부과하는 벌금을 10억 원 이하로 대폭 높이는 등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인사와 기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정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삼성전자의 비등기 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원청기업 삼성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것이다.

 

법률 조항에 규정된 제재 효과를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무력화한 화학물질관리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과징금 규모를 매출액의 5%까지 부과하도록 하고, 노동자의 작업장 위험 상황에 대한 알권리를 제한한 각종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 영업기밀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자료보호요청권 폐기도 중요한 개정사항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필요하다. 노동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영업비밀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위험물질 공개 거부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3월 이 법 개정으로 위험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형식적으로 부여됐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알맹이 없는 작업중지요청권 대신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이 법에 도입해야 한다.

 

2016314

노동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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