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적연금, 문제는 '세대내 연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공적연금 강화 관련 기초연금을 포함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초연금 대상을 현재 65세 이상 국민 중 소득 하위 70%에서 90~95% 확대하고 소득대체율을 10%로 맞추자는 것이다. 이미 노동당은 기초연금 강화가 노인빈곤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고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기초연금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평균 12.4%의 4배인 48.6%에 달하고 노인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초연금의 물가연동제 폐지, △소득대체율 20% 수준(40만원)으로 인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부양의무자제도, 기초연금 ‘줬다뺏기’ 폐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촉구한다.
정부·여당은 기초연금을 강화하려면 당장 내년부터 매년 3~4조원의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며, 이는 재정 절감이라는 공무원연금 개혁 취지와 거리가 있다며 부정적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미래세대’ 부담을 준다고 주장한 것이 정부·여당의 진심이라면, 매년 걷은 세금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강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강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201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인 생계는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의견이 47.3%로 ‘가족이 돌봐야 한다’(31.7%)는 응답보다 많았다. 노인 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이 늘어날수록 자식들이 주는 용돈, 생활비 같은 사적부담이 줄어든다. 문제는 현재든 미래든 ‘세대내 도둑질’이다.
일단 기업과 부자들이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방법부터 고려해야 한다.
1973년 국민연금법의 전신인 국민복지연금법이 제정될 당시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률은 사용자 4%, 노동자 3%였다. IMF 직후인 1998년 국민연금법을 만들면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부담률이 1:1로 개악됐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보장기여금이 고용주 2.5%, 피고용자 2.5%인 반면, OECD 국가들은 고용주 5.3%, 피고용자 3.2%이다. 2013년 기준으로 공적연금 부담은 핀란드는 기업이 노동자의 3배를, 스페인은 5배를 각각 더 낸다.
법인세, 소득세를 강화하고 사회복지 목적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동안 62조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했다. 법인세 감세 효과 37조2000억원 중 대기업·중견기업 몫이 27조8000억원에 달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같은 기간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고소득층의 세금부담은 낮아진 반면 중산층·서민층은 높아졌다. 소득상위 10%의 세금부담은 2009년 81.0%, 2010년 80.2%, 2011년 78.9%, 2012년 76.6%, 2013년 75.3%로 매년 낮아졌다.
선진국처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부담하도록 하는 것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험료 폭탄’, ‘세대간 도둑질’을 운운하는 것은 ‘부자 편들기’, ‘대기업 감싸기’를 위한 ‘공포 마케팅’, ‘은폐 마케팅’에 불과하다. 2015년이든, 2100년이든 문제는 ‘세대내 연대’다.
2015년 5월 18일
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