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인정해야
지난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경제봉쇄와 점령정책으로 피폐해진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명분하에 지상군을 투입한 17일 이후로 피해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사망자는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에 따르면 이 번 공습으로만 1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하였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자국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피해규모, 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 공습, 백린탄이나 확산탄의 일종인 프레셰트탄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사용 등 비인간적인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공습 때마다 언덕에 올라 가자지구 폭격을 구경하는 이스라엘인들까지. 이스라엘의 자기합리화와 반인간성은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와 같이 반복되는 비극은 애초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정부를 설립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설립된 1948년 5월 15일을 나크바(대재앙의 날)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은 정부수립 이후 수십 년에 걸쳐서 진행된 4차례 중동전쟁에서 지속적으로 영토를 넓혔다. 무력으로 영토를 점령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의 땅과 집을 빼앗고 이스라엘인들을 이주시킨 후 자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군대를 보내 저항을 무력화시킨다. 심지어 이스라엘 영토도 아닌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하고 곳곳에 정착촌을 만들어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주시켰다. 불법 정착촌 문제는 끊임없이 갈등의 씨앗이 되었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UN의 결정마저 무시한 채 수십 년간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군대를 보낼 뿐 아니라 점령촌 내에서 이스라엘 민병대가 벌이는 집단 학살을 방조했다.
1987년 시작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대적 저항, 인티파다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직적인 저항으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가자지구와 서안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가 공존을 받아들인다. 수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협상을 받아들인 후에도 불법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수시로 팔레스타인을 공습했고, 팔레스타인 자치권도 제한적으로만 인정했다. 불법 점령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곳곳에 분리장벽과 검문소를 세우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했다. 저항이 계속되면 군대를 동원해 진압했다. 2006년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하마스가 압승을 거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하마스를 불법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파타는 서안에서 자치를 담당하는 상태에서 가지지구에 공습, 분리장벽 건설, 경제봉쇄, 이집트 국경 봉쇄 등이 집중되었다. 공습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팔레스타인은 죽음과도 같은 일상과 싸우고 있었다. 가자봉쇄는 집단학살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스라엘 소년 3명이 납치·살해되면서 시작된 이 번 공습은 지속적으로 자행된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과 학살의 역사와 따로 떼어서 설명할 수 없다. 지금도 증오와 분노의 씨앗이 계속 뿌려지고 있다. 외신들이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이라 이름 붙인 주말의 학살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이스라엘의 행위가 여전히 극단적인 형태로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행위는 자국의 민중에게도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분리 봉쇄정책과 군사작전은 자국의 양심있는 민중들의 평화를 향한 염원을 짓밟았다.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평화와 연대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이스라엘 민중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외면하거나 억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당장 팔레스타인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근본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정착촌 건설을 비롯한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의 온전한 자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것만이 팔레스타인에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 방법이며, 이스라엘 스스로가 보통국가로 거듭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정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양국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무책임하고 잔인한 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2014년 7월 22일
노동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