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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비정규직 남용에 눈감은 법원
- 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8월 20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는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9명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조법상의 노동자로도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1심에서의 판결은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순 없지만 노조법상으로는 노동자”라는 것이었지만,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노조법상 근로자의 지위조차 부정한 것이다. 


1심과 2심 판결의 차이

이번 고법 판결과 1심 판결의 가장 큰 차이는 노조법 상 노동자성의 인정 여부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타인에게 고용되어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지만, 노동법상 노동자 지위는 그 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다르게 규정된다. 

근로기준법은 고용․해고, 임금 등 직접적 노동조건을 노사 자율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최소한의) 직접 보호를 강제하는 것(개별적 노사관계에 대한 규율)이 법의 목적이다. 반면, 노조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노사 간 대화 ․ 타협 ․ 갈등 해결의 규칙을 제시하는 것(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규율)이 법의 취지다.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같은 노동관계법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기여와 수혜 자격 여부를 가리기 위해 노동자성을 따진다. 일반적으로는 개별적 노사관계에서의 노동자성이 가장 엄격하고, 사회안전망에서의 노동자성은 관대하다.

학습지 노동자들에 대한 1심의 판결은 학습지 노동자들이 국가가 직접 보호를 강제할 노동자로는 인정하지 못 하겠지만, 노사간 자율적 교섭의 당사자로서는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은 여전히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학습지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간 위장자영업자(일명 특수고용노동자)의 신분으로 고통 받던 노동자에게 최소한 사용자와 자율적 교섭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고법 판결은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 자율적 대화의 기회조차 박탈했다. 이미 2000년 전후에 노동부로부터 합법적 노조로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던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실태

이번 판결은 학습지 노동자에 대한 것이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 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 한 유사한 노동자들은 훨씬 더 많다. 보험설계사, 학원 강사, 요구르트 판매원, 간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방송국 구성작가, 퀵서비스 기사, 화물트레일러 기사, 대리운전 기사, 수도요금 검침원 등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노동자의 규모는 이미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200만명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은 800만명이 넘는다.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법이 제정된 지 벌써 8년이 되었지만, 비정규직의 규모나 처우는 여전히 그대로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면, 법제도가 실패한 것이다. 


법 자체가 바뀌어야

현재의 비정규직 법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당장의 몇 푼 이익과 사용자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기업은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개발하여 남용하고 있지만, 법은 포괄적 남용 규제가 아닌 형태별 규제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특수고용이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현재의 비정규직법은 처음부터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제한하기에 낡고 고루한 법이었다. 

법이 낡고 고루하다 해도 법원이 입법 취지를 적극 살려 판례를 쌓아 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법을 ‘완전히’ 뜯어 고쳐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포괄적 남용 제한을 담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 되어야 한다. 


2014년 8월 27일
노동당 정책위원회
(담당 : 홍원표 정책실장 02-60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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