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정책 / 정책논평
[정책논평]

“상가권리금 양성화”, 현 정부의 ‘유일한’ 서민정책을 환영하며


정부가 상가권리금 양성화를 골자로 하는 자영업 대책을 내놓았다. 현 정부가 제시한 각종 정책 중 유일하게 민생을 고려한 전향적 정책이다. 그동안 상가임차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과 함께 해왔던 노동당은 이번 대책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번 대책발표는 지난 2월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방향을 밝힌 지 7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애초 세부 실행계획 상 7월 중 공청회 일정이 예정되었던 사안이다. 일정이 미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정부 내부에서 조차 조정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엄연히 상가임차관계에서 존재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부정되어왔던 권리금을 뒤늦게나마 법으로 보장받도록 한 것에 의미가 있다. 특히 환산보증금 기준을 제외해서 모든 임차인이 보편적인 대항력을 갖도록 한 것은 분명히 진일보다. 

그동안 환산보증금은 영세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다분히 시혜적인 측면에서 보장되던 제한적인 장치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이번 조치는 일반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 있어 보편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임대인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손해배상책임을 묻도록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권리금이 임차인 간의 독립적인 계약관계이며 이에 대해 임대인이 그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됨을 명확히 한 것이다. 권리금의 현실적인 조건을 반영한 것이다. 건물에 대한 임대인의 소유권과 별개로 그에 귀속되지 않는 무형의 자산에 대한 임차인의 독립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권리금은 그동안 법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면서 건물주와 임차인의 관계를 과도하게 비대칭적으로 만들어왔다. 이러한 권리금을 말 그대로 ‘권리’로 보장했다는 점은 과거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전향이라고 평가한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또한 상가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의 핵심요소인 권리금 문제에 공공이 개입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서울시 등에서 운영했던 상가임차인상담소 등은 매우 형식적인 법률 조언에 머물러 있을 뿐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법으로 규율됨으로써 공적인 유권해석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상가임차인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대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내용 상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권리금의 정의에 있어 권리금의 일차적인 형성관계 즉, 기존의 임대차 계약과는 독립적인 임차인 간의 계약관계라는 점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2012다115120 대법원 2013년 판례 "임대차계약이나 임차권양도계약 등에 수반되어 체결되지만 임대차계약 등과는 별개의 계약").

또한 이번 대책의 대표적인 한계로 임대인의 협력 의무 면제 범위가 여전히 넓다는 점을 지적한다. 많은 경우 '재건축'을 빌미로 임대계약갱신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재건축은 건물의 파손, 멸실 등과 같이 임차인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조건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무면제범위가 넓어짐으로써 현재와 마찬가지로 임대인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따라 재건축을 빌미로 한 계약갱신 거부가 진행되는 등 악용의 소지가 크다. 게다가 새롭게 규정된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나 "임대인이 상가 건물을 1년 이상 영리목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계약갱신을 거부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권리금 한도를 정부 고시를 통해서 제한한다는 것은 오히려 추가적인 분쟁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기존 재개발 사업 과정에 상가보상을 위해 수행되는 감정평가 방식은 의뢰인이 누구냐에 따라 매우 자의적으로 결과가 바뀌어 왔던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현재 실제 거래되는 권리금을 양성화하면서 여기에 고시에 따라 제한을 둔다는 것은 기존 재개발 사업에서 나타났던 폐해를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추가적인 분쟁의 소지를 만들게 될 것이다.

덧붙여 정부 대책에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신규로 도입하려는 '권리금 신용보험'의 경우도 우려할 만하다. 이 보험은 사실상 민간 보험회사의 상품으로 설계되는데, 이럴 경우 임차인은 보험료라는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임차인의 부담을 통해 엉뚱하게 민간보험사의 사업영역만 확장해주는 것이 될 수 있다. 공공 보증기관이 이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 책임을 높이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인 권리금의 법적 보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초기 제도화를 면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권리금 양성화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법규의 내용이 완성도 있게 보완되어야만 한다. 그동안 상가임차인 권리보장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노동당의 경험을 바탕으로 권리금의 제도화 과정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할 두 가지 부분을 지적한다.

첫째, 소위 '권리금 장사'라 불리는 권리금의 악용사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행 최장 5년으로 되어 있는 임차의무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 10년 정도의 임차기간을 의무화한다면 임차 기간을 통해서 권리금을 악용하는 사례를 근절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적절한 임차기간의 보장이 없다면 어렵게 마련된 대책이 실효성 없는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둘째, 임차인 스스로 자신의 권리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는데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임차인에 대한 상담 및 권리구제는 기본적으로 임차인들의 자율적인 단체활동을 통해 진행될 수 있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법적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갑'과 '을'일 수밖에 없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법적 균형을 위해서도 임차인 조합 혹은 협회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대책발표가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진 것으로 보았을 때, 정부 내에서 조차 권리금 양성화에 대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렵사리 전향적인 대책이 나왔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토건세력들이 ‘상가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반대할 소지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정부는 확고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노동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가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권리금 양성화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연구와 발표를 병행해 나갈 것이다. 


2014년 9월 24일
노동당 정책위원회
?

  1. No Image

    [정책논평] “상가권리금 양성화”, 현 정부의 ‘유일한’ 서민정책을 환영하며

    [정책논평] “상가권리금 양성화”, 현 정부의 ‘유일한’ 서민정책을 환영하며 정부가 상가권리금 양성화를 골자로 하는 자영업 대책을 내놓았다. 현 정부가 제시한 각종 정책 중 유일하게 민생을 고려한 전향적 정책이다. 그동안 상가임차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
    Date2014.09.24
    Read More
  2. No Image

    [정책논평] ‘사회연대' 원칙에 맞는 연금 개혁으로

    [정책논평] ‘사회연대' 원칙에 맞는 연금 개혁으로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재정부담을 근거로 대폭 개편하려는 공무원 연금체계는 쟁점의 핵심이 되고 있다. 노동당은 과거 민주노동당-진보신당으로 이어져 온 연금의 사회연...
    Date2014.09.22
    Read More
  3. No Image

    [정책논평] 노동자 서민들의 내일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2015년 예산안

    [정책논평] 노동자 서민들의 내일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2015년 예산안 미래에 빚만 쌓아 올리는 ‘무책임' 예산 박근혜 정부의 3년차 예산안이 나왔다. 세입은 올해 대비 3.6% 증가한 382.7조원, 세출은 5.7% 증가한 376조원이다. 기금확대에 따른 착시를 제...
    Date2014.09.18
    Read More
  4. [정책논평] 공공주택정책의 ‘파산'을 선언하다 - 9·1부동산대책의 문제점

    [정책논평] 공공주택정책의 ‘파산'을 선언하다 - 9·1부동산대책의 문제점 지난 9월 1일, 정부는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이하 9·1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업계로부터 “부동산규제완화 종결자"(부동산114)라...
    Date2014.09.03
    Read More
  5. No Image

    [정책논평] 비정규직 남용에 눈감은 법원

    [정책논평] 비정규직 남용에 눈감은 법원 - 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8월 20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는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9명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Date2014.08.27
    Read More
  6. No Image

    [정책논평] 정부 세법개정안은 빈깡통에 불과

    [정책논평] 정부 세법개정안은 빈깡통에 불과 - 세수부족분에 대한 대책 분명히 제시해야 정부는 어제 최경환부총리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14년 세법개정안’을 의결하였다. 세법개정안을 보면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정부의 ...
    Date2014.08.07
    Read More
  7. No Image

    [정책논평]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인정해야

    [정책논평]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인정해야 지난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경제봉쇄와 점령정책으로 피폐해진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의 역사...
    Date2014.07.2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